[사설] 김포공항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횡포

  • 등록 2016-08-22 오전 6:00:00

    수정 2016-08-22 오전 6:00:00

김포공항 용역업체 환경미화원들이 이번 주말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삭발로 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108배로 투쟁 의지를 다졌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파업에 이르게 된 연유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에 용역업체 관리자들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하는 개·돼지만도 못한 현실에 절망하면서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전부다. 이들이 밝힌 성추행 실태는 국내 대표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삭발을 한 어느 미화원은 “용역업체 관리책임자가 노래방에서 무릎에 앉히더니 내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고 폭로했다. 국내선 청사 여자화장실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관리소장이 대기실로 다섯 차례나 따라와 작업복 윗도리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했다. 또 다른 미화원은 “업체 본부장이 멍이 들도록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하소연했다. 인권유린이 상습적으로 자행돼 왔으며 성추행을 일삼은 관리 책임자들은 대부분 한국공항공사 퇴직자 출신이라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저임금과 엄청난 노동 강도 역시 문제다.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임금을 시중 노임단가(시간당 8200원)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30년 넘게 일한 근로자도 월 126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인 6030원에 불과하다. 400% 상여금도 지침에만 있는 얘기일 뿐 실제로는 175%밖에 못 받고 있다. 그런데도 5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하루 최대 7만명이 이용하는 김포공항 청소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등 노동 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항공사는 협력업체 소관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하지만 김포공항과 청소 등의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16개 업체 관리소장은 대부분 공항공사 퇴직자들이라고 한다. 공사 퇴직자들이 낙하산 인사로 용역업체 관리를 맡고 있는 셈이다. 공사는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주체로서 하청 근로자들의 근무조건 개선 요구에 관심을 보여야 마땅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추잡한 성추행 재발방지 대책만큼은 즉각 내놓기 바란다. 낙하산 인사도 근절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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