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면세점 전쟁..1, 2위 모두 ‘승자’
특히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의 위상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국내 면세시장은 롯데가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면세시장에서 롯데의 점유율은 50.8%, 서울로만 보면 60.5%에 달했다.
2위는 신라로 전체 30.5%, 서울 26.5%로 롯데의 독주를 견제해왔다. 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도 19.9%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따내면서 시장을 양강으로 재편할 기회를 잡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입찰 초반부터 ‘독과점 논란’ 탓에 유치 가능성이 희박했을 뿐만 아니라 입찰에 성공한다고 해도 같은 이유로 기존 점포를 놓칠 위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신규 면세점보다는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돼 9월 경쟁 입찰에 부쳐지는 소공점과 잠실점 지키기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롯데는 서울에만 시내면세점 3곳(소공점·잠실점·코엑스점)의 사업권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소공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점포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 단 3개층을 사용하면서도 백화점 전체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 전체 면세 판매액의 절반에 달하는 1조9763억원의 매출을 매장 한 곳에서 올렸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서 롯데는 대기업 7개사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면서 “이는 소공점과 잠실점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동과 동대문 등 사대문 안을 공략했던 신세계와 SK가 이번 입찰에서 실패한 것도 롯데에는 이득이 되는 측면이 상당하다.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 두 곳만 제대로 지켜낸다면 업계 ‘최고봉’으로서의 지위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의 신세계, 날개 단 한화
국내 면세시장의 허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는 롯데와 신라가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20%가 안 되는 나머지를 한화와 신세계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올가을 열리는 입찰전을 통해 서울 입성을 또 한번 노려 볼 수 있지만 면세 사업 최강자 롯데와의 일전이라 승부를 낙관할 수 없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면서 면세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이듬해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국제선 운영권을 수주하며 면세업계 보폭을 넓혔다.
영업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2013년 사업권을 획득한 김해공항의 높은 임차료 부담이다. 신세계는 김해공항에 연간 641억원의 임차료를 내고 있고 이런 이유로 입찰 당시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신세계는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고 지속적으로 면세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도 높은 임대료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결국 이번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전은 신세계에는 면세사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입찰전 실패로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당분간 적자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점포수는 적어도 알짜배기만 손에 쥐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2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면세사업에 뛰어들었고 운영 첫해 흑자를 내는 기록을 세웠다. 간판을 바꿔 단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매출이 이전 사업자의 연간 매출 80%에 이르렀다. 제주공항면세점 매출 80%가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중국에서 인기있는 화장품 브랜드 ‘쥬메이’ ‘게리쏭’ 등을 적극적으로 입점시킨 결과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찾으며 공항면세점처럼 비싼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까지 첫 출전에 단박에 낚아채며 면세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63빌딩과 한강ㆍ여의도 지역의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해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조성하겠다는 비전 달성에 성공할 경우 한화갤러리아의 기업가치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