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현대차의 협력사 대표는 현대차의 노사 갈등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생산 부품에 따라 현대·기아차에 직접 제품을 납품하거나 현대차 1차 협력사에 실시간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JIT)’이다. 현대차 공장이 멈추면 협력사 생산라인도 곧바로 멈춘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설립 이래 한 번도 파업해 본 적 없으면서도 올해까지 27년째 현대차 노조의 파업결의를 지켜봤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선진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중국 등 신흥 자동차 생산국은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비용과 생산성이 떨어질 때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한 걸음 다가간다. 일시적인 매출 감소보다 10~20년 앞의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가 더 우려된다는 게 협력사들의 걱정이다.
협력사 입장에서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다분히 귀족적이다. 협력사 직원들은은 현대차 직원들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지만 똑같은 시간을 비슷한 강도로 일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할 때는 협력사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쉰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화의 상징이었었다. 70~80년대 ‘수출 역군’ 최전선에 선 이들이 투쟁해서 근로 여건을 개선해 나가면 이는 곧 전체 노동자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사업장으로서 상징성을 띄었다.
현대차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파업은 개별회사 노사 이슈로 치부해 버릴 수만은 없다. 몰락한 ‘자동차 왕국’ 미국 디트로이트의 교훈을 다시한번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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