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을'이 바라본 '슈퍼 갑' 노조의 파업

  • 등록 2013-08-16 오전 7:00:00

    수정 2013-08-16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당장 현대자동차(005380) 노조 파업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게 더 걱정입니다.”

최근 만난 현대차의 협력사 대표는 현대차의 노사 갈등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생산 부품에 따라 현대·기아차에 직접 제품을 납품하거나 현대차 1차 협력사에 실시간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JIT)’이다. 현대차 공장이 멈추면 협력사 생산라인도 곧바로 멈춘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설립 이래 한 번도 파업해 본 적 없으면서도 올해까지 27년째 현대차 노조의 파업결의를 지켜봤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선진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중국 등 신흥 자동차 생산국은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비용과 생산성이 떨어질 때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한 걸음 다가간다. 일시적인 매출 감소보다 10~20년 앞의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가 더 우려된다는 게 협력사들의 걱정이다.

협력사 입장에서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다분히 귀족적이다. 협력사 직원들은은 현대차 직원들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지만 똑같은 시간을 비슷한 강도로 일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할 때는 협력사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쉰다.

자동차 산업은 하나의 생태계다. 현대차가 있기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1~4차 협력사가 얽히고 설켜 자동차를 연구하고 부품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이렇게 공급받은 부품을 최종 조립해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 이들 협력사 직원들도 같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들도 ‘현대차 비정규직’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들의 피해에 개의치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화의 상징이었었다. 70~80년대 ‘수출 역군’ 최전선에 선 이들이 투쟁해서 근로 여건을 개선해 나가면 이는 곧 전체 노동자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사업장으로서 상징성을 띄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 현장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36만원이며, 62% 이상이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임금을 받고 있다. 글로벌 5위 자동차 업체로 도약한 현대차 직원들에게 그에 걸맞는 성과배분은 이뤄질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차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파업은 개별회사 노사 이슈로 치부해 버릴 수만은 없다. 몰락한 ‘자동차 왕국’ 미국 디트로이트의 교훈을 다시한번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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