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비용 지출로 빚까지 지는 ‘베이비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만혼과 저출산, 고령 출산이 맞물리면서 ‘골드키즈’들이 증가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모들의 경쟁심리를 부추겨 값비싼 출산·육아 서비스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베이비푸어 양산에 한몫하고 있다.
9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영유아 양육물가 현황과 지수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서울 중산층 가정의 월 평균 육아 지출 총액이 약 118만원에 달한다. 월 소비지출의 61.8%가 육아비용인 셈이다. 월 가계 지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9%, 월 가구소득 대비로도 32.4%나 된다. 한달에 300만원을 버는 가정의 경우 97만원 가량을 육아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비푸어는 자녀 사교육비를 대느라 꼭 필요한 가정 소비조차 못하는 ‘에듀푸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저축 여력이 없는 베이비푸어·에듀푸어의 노후 빈곤을 사회가 떠안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VIB’(Very important baby)를 겨냥한 육아 용품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모차 수입액은 2010년 185만 달러(약 21억 원)에서 2011년 3912만 달러(약 440억원)로 20배 이상 늘었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고가 산후조리원 등 고비용 육아문화는 대도시에 집중된 현상”이라며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고비용 문화에 편승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핀란드나 노르웨이처럼 출산 및 육아 물품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국가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며 “고가의 서비스를 끌어내리기보다는 저소득층에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푸어(baby poor)
☞골드키즈(Gold Kid’s )
가구당 출산 자녀 수가 줄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명품 유모차와 고급 아동복 등으로 치장하고, 영유아 때부터 고가의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뜻한다. 한국판 ‘소황제(小皇帝)’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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