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시·도 금고 현황을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 9개 자치도 단위 제1금고(일반회계)는 예외 없이 농협은행이 자치했다. 84개 군 단위 제1금고도 농협은행이 싹쓸이하고 있다. 전국 261개 제1금고 중 70.1%(183개)를 농협은행이 독식하고 있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은행 등 전통적인 지방의 맹주들도 본점이 위치한 홈그라운드만큼은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지역구 정치인과의 긴밀한 연대로 ‘내 구역의 돈은 몽땅 내가 관리한다’는 자세로 경쟁에 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의 세도정치에 차츰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시·도 금고 선정 공개입찰 의무화로 기존 구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전의를 보이지 않던 대형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옛 충청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은 충청지역 정당처럼 각별한 ‘충청도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제1금고와 제2금고는 물론 충청남도 제2금고와 천안·아산·당진·서천·보령·충주 등 충청권 주요 도시들의 제2금고와 기금도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영·호남, 충청 등 지역 맹주들이 없는 무주공산에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성(攻城)보단 수성(守城)에 주력하는 전략이다. 인천과 인천 산하 자치구 모든 금고를 비롯해 경기도와 강원도 강릉·원주·춘천·경상도 안동 등 전국에서 비교적 고르게 제2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개입찰이 시작되면서 내년부터는 주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은행들의 경쟁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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