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부동산PF 부실만 80조…제2의 부실사태 맞나

부동산PF 위험자산 80조 육박, 연체액 5600억원대
캐피탈사 중심 부실 사업장 충당금 적립이슈 부각될 수도
당국도 예의주시, 부동산PF 부실 가능성 정밀점검 주문
"줄도산 위기 올 수 있어…기업민감도 분석 매월 보고받아야"
  • 등록 2022-10-18 오전 5:50:00

    수정 2022-10-18 오전 5:50: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고금리에 주택 시장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공포가 불어닥치고 있다. 카드·캐피탈·저축은행·보험사 등 2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채무보증 포함)은 80조원 대에 육박했으며, 연체금액은 56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동산PF 대출은 미준공된 자산에 대한 대출로, 사업 미진행시 실물 담보확보가 어려운 만큼 부실이 발생할 경우 자금회수가 어렵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금융사들의 대규모 손실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금융권 부동산PF 위험노출 80조 달해…연체율도 ‘경고등’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여전사(카드·캐피탈)와 저축은행, 보험사(보험사의 경우 올해 3월 말 기준) 등 2금융권의 부동산PF 규모는 79조9000억원에 달했다. 3년 6개월 전(38조원) 대비 약 2.1배 증가한 수치로, 업계에선 현재 이미 8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부동산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여전사의 올해 6월 기준 부동산PF는 26조8833억이다. 여전사의 부동산 PF는 매년 상승 추세다. 2018년 8조4494억원에서 2019년 10조9327억원, 2020년 14조1577억원, 2021년 19조7277억원으로, 올 상반기까지 4년 6개월만에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부실전이에 따른 위험이 그만큼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PF 대출이 크게 늘면서 연체 잔액과 연체율도 동반 상승세다. 여전사의 올 상반기까지 연체잔액은 2289억원, 평균 연체율은 0.9%다. 지난 2019년만 하더라도 연체금액은 150억원, 연체율은 0.1%에 불과했지만 2년 6개월만에 9배까지 치솟으며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보험사와 저축은행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보험사의 부동산PF 대출 현황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42조257억원으로, 지난 2016년 16조4972억원 대비 2.5배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최근 부동산 PF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3조4000억원→2017년 4조2000억원→2018년 5조2000억원→2019년 6조3000억원→2020년 6조9000억원→2021년 9조5000억원→2022년 6월 10조8000억원 등 매년 조 단위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업권의 최근 연체잔액은 3300억원 수준이다.

브릿지론 비중 높은 캐피탈사 ‘비상’…“당국, 월별 리스크관리 필요”

특히 캐피탈사는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PF를 전체 금융업권 내에서 가장 빠르게 확대해온 주체였다. 전통적 영업 부문인 자동차금융 부문에서의 경쟁심화와 가계대출 한도 규제 등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PF를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현행 여신전문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부동산PF 대출 한도를 전체 영업자산의 30%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캐피탈업계는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의 일부를 부동산 담보가 아닌 일반담보대출로 분류해 규제 한도를 충족하며 관련 자산 확대를 지속해왔다.

그럼에도 캐피탈사의 부동산PF 자산 성장세는 향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담보가치가 브릿지론 규모의 130%를 넘지 못하면 이를 부동산 PF대출로 분류하도록 조처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브릿지론의 만기연장 시 일반대출은 줄고 부동산 PF대출은 증가하게 돼 캐피탈사로서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브릿지론의 대출자산 재분류시 PF 규제 한도를 넘어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하는 브릿지론에 대한 캐피탈사의 상환 요청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관련 익스포저의 축소 및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 적립 이슈가 부각될 개연성이 존재한다” 고 진단했다.

이미 캐피탈업계에선 부동산PF 부실 우려에 대비해 추가적인 PF 대출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 과다한 수준의 업체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면서 “비교적 후발주자들은 선제적 레버리지 축소에 돌입하며 사업을 크게 벌여놓지 않은 것에 되레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부동산 PF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정밀한 점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부동산 PF 관련 금융회사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 리스크관리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금융당국 권고를 통해 업체들이 매 분기별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감독 당국이 비상 가동식으로 매월 보고를 받아야 할 만큼 촘촘한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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