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채 "K팝 이전에 조선팝 있었죠…쉽고 편하게 국악 받아들였으면"

'오늘, 우리의 한국 음악' 출간
판소리·대취타까지 장르별 정리
떠오르는 국악계 아티스트 이야기도 담아
"국악은 고루한 게 아냐…책 통해 인식 바뀌길"
  • 등록 2022-08-16 오전 5:40:00

    수정 2022-08-16 오전 5:4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국악의 이면을 끄집어내서 우리 음악을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전히 ‘국악’이라고 하면 옛날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 대목이 대선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나오고, 전 세계가 열광하는 K팝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 조선 왕실의 행진음악인 대취타를 편곡해 무대를 꾸몄어도 우리 음악은 ‘고루하다’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산재해있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국악과 함께 걸어온 저자의 생각도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사람들이 국악을 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집필하게 됐단다. 쉬운 우리음악 입문서 ‘오늘, 우리의 한국 음악’을 펴낸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인류학 박사인 현경채 이야기다. ‘좋아해서 듣고 사랑해서 부르는 조선-pop, 국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통음악의 의미있는 변신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오늘, 우리의 한국 음악’의 저자 현경채(사진=나승열 작가).
현경채 박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K팝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까지 전 세계가 우리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우리의 문화를 올곧게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전통음악”이라며 “이제는 우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책은 판소리부터 대취타까지 한국음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1장과 2장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판소리와 아리랑을 바탕으로 창극과 각 지방의 민요까지 확장한다. 3장에서는 무속음악, 시나위와 산조, 사물놀이를 소개했고 4장에서는 정가와 가사, 왕실 음악을 순서대로 담았다. 판소리와 EDM의 만남, 무당의 굿 노래와 흑인노래의 컬래버레이션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오늘날 국악판에서 이미 일어난 일이다. 국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국악계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외국에서 훨씬 인기가 좋은 악당광칠이나 잠비나이, 블랙스트링 등의 활동을 다각도로 조명했어요. 왕실음악이나 상류사회 풍류음악은 듣기는 어렵지만 한국 사회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들이죠. 사실 국악이 지금 갑자기 떠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국악의 길을 걸어온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들이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거죠.”

책 중간에는 큐알(QR)코드를 실어 설명과 함께 해당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유튜브 등에 공개가 돼 있는 자료지만, 책에 싣기 위해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았다. 현 박사는 “추상적인 음악을 글로 풀어냈을 때 전달이 어려울 것 같아 음악을 직접 들으면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며 “‘책에 소개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이야기 해 준 사람도 있어서 또 다른 에너지를 받았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책 출간을 기념해 ‘북콘서트’ 등 독자들과 가깝게 만나는 시간도 계획하고 있다. ‘춘앵전’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명인들의 뒷이야기 등 여러 에피소드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국악을 예전 음악이 아닌 요즘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전통음악을 공부하려고 해도 국악개론 책은 용어 자체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데 이 책이 교양 입문서처럼 읽히길 바라고 있어요. 책을 통해 국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람들이 국악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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