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드시던 '종어',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

[인터뷰]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김대희 박사
'종어 아버지'..40여년 만에 복원 성공, 17년 연구 결실
  • 등록 2017-06-19 오전 5:29:18

    수정 2017-06-19 오전 5:29:18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김대희 박사.[사진 제공=김대희 박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어는 제가 경험한 내수면 어종 중 가장 스트레스에 민감한 종이에요.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길게는 한 달간 먹이를 전혀 먹지 않습니다. 그동안 연구진들이 휴일도 없이 팀을 짜 관리를 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사명감을 가지고 종어를 정말 귀하게 여긴 연구진들 덕분입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김대희(사진·53) 박사는 18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종어 살리기 프로젝트’ 성공을 연구진들의 공동 성과로 돌렸다. 종어는 조선시대 임금 수라에 진상됐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 단연 최고란 뜻에서 종어(宗魚)라고 불렸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1970년대 이후로는 거의 잡히지 않았다. 수산과학원은 종어를 40여 년 만에 복원했다. 17년 만에 연구 결실이 맺은 것이다. 1988년부터 수산과학원에서 일해 온 ‘종어 아버지’ 김 박사는 그동안 연구진들과 동고동락하며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2000년 당시 연구진들은 어류 전문가들을 만나고 각종 문헌부터 조사했다. 이어 한국어도보(1977)에 나온 ‘종어’를 찾았다. 문헌에는 ‘금강의 논산, 부여 지역의 종어가 가장 맛이 뛰어나 임금님에게 진상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박사는 “종어가 대표적인 절멸종(멸종된 어종)인데다 금강의 대표적인 어류여서 금강을 대상으로 1차 복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종산은 씨가 말라 찾을 수가 없었다. 환경오염과 남획 때문이다. 김 박사는 “종어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수질오염에 취약한 어종이라서 산업화에 따른 오염과 하구둑, 댐 공사 등이 종어의 절멸을 가져온 원인으로 보인다”며 “어미(50cm)로 자라는데 3~4년의 긴 시간이 걸리다 보니 쉽게 포획되는 등 남획도 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토종산과 동일한 어종을 찾아 나섰다. 전문가, 문헌조사 결과 중국 장강 지역의 종어가 토종산과 동일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종어 반출에 난색을 표했다. 그럼에도 연구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중국과학원 수생생물연구소의 어류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 종어를 수족관에 메기 등과 같이 넣어 일부를 반입했다. 김 박사는 “한겨울에 연구소 직원들이 인천 보세창고의 수족관에 들어가 종어를 찾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며 “문익점 선생이 들여온 목화씨가 생각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들여온 종어를 길러 어린 종어를 생산했다. 2005년에는 2세대 양식 종어를 얻는 완전 양식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7년부터 경기·충남·전북·경북 등 지자체에 어린 종어를 분양했다. 어린 종어를 2008년에 1차, 2016년에 2차로 방류하고 종어가 잘 정착했는지를 현장조사, 어민들 면담 등을 통해 꾸준히 관찰했다.

하지만 충남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에 분양된 종어는 모두 폐사했고 방류된 종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환경에 민감한 어종이다 보니 사육·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금강에서 발견된 종어는 예산·인력난에도 연구진 9명이 땀으로 빚은 값진 성과였다. ‘종어 아버지’ 김 박사는 “4대강 녹조가 지금과 같이 지속한다면 종어의 복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돼 한강에서도 종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임금님이 드시던 종어를 국민들의 밥상에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에서 사육 중인 종어 어미.[사진=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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