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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이기대 대법관)는 지난 6월 송전탑 관리업체 J사 소속 박모(42)씨 등 42명이 한전KPS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박씨 등은 3년 여 간의 소송 끝에 법적으로 한전KPS 정식 근로자 지위를 얻게 됐다. 하지만 한전KPS는 향후 2년간 계약직 근무 뒤 선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해당 근로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최근 한전KPS측에 공문을 보내 직접고용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이고 신속히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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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전KPS 등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소송 종결 후속대책 회의에서 한전KPS는 이들에게 계약직 고용 합의서를 제시했다. 회의에는 소송 원고 대표와 한전KPS 정규직 노조위원장 및 한전KPS 고문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하청 근로자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회사측은 ‘현 협력업체 급여 수준의 임금 협의’란 조건을 추가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근로자들은 이 역시 거부했다.
개정 파견법 ‘고용의무 조항’ 해석두고 논란
양측 간 입장차는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을 둘러싼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인노무사 K씨는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직접고용 의무가 인정됐을 시 굳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지 않아도 이미 정식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지만 2008년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고용의제 조항’이 ‘다시 계약서를 작성했을 때부터 직접고용 효력이 발생한다’는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K씨는 “‘직접고용 계약서 작성’의 형태와 범위에 대한 법령이나 판례가 따로 없어 법리 해석 논란이 굉장히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접 고용은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는 만큼 한전KPS의 합의서는 위법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혜안의 한 노무사는 “대법원이 ‘파견 근로자와 동일 부서 소속 정규직 근로자 간 업무 유사성’을 인정한 이상 법적 요건에 따라 원고들을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우 법률사무소의 김하나 변호사 역시 “이미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정식 직원이 있음에도 굳이 무기계약직 취업 조건을 신설해 별도 고용을 하겠다는 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KPS는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송전탑 관리 업무 인력 증원 승인을 내지 않고 있어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러나 “한전KPS와 하청 노동자의 소송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한전KPS가 인력증원 협의 기간에 정규직 승인 문제 논의를 요청한다면 그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