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법인 설립에 반대하는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사태가 나흘째를 맞고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파업 이틀째인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의결했으며 철도노조는 이것이 철도 민영화의 전초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 집행부를 고소.고발한 데 이어 어제까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5900여명을 직위해제 했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는 민주노총과 연대파업을 결의하고 대규모 상경투쟁을 계획하는 등 노사간에 극한적인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과 산업계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는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운행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화물열차는 30%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철도 민영화 여부다. 정부와 코레일은 2015년에 완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을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맡긴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부채로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공기업 독점체제인 KTX의 운영을 2원화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를 민영화 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TX 운영 2원화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에 명분이 있는 지를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예단하고 그런 예상을 전제로 파업을 벌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우려하는 상황이 현실로 드러날 때 파업을 해도 늦지 않다. 만약 현재의 공기업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는 것을 반대하는 파업이라면 명분이 약하다. 이제는 공기업도 경쟁을 회피해선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채가 17조원이나 되고 부채비율이 433%에 달하는데도 국민 세금만 축내는 부실 경영이 지속가능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철도노조는 명분 없는 파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경영합리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파업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국민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는 명분 없는 파업이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