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모드'에 빠진 은행원들

  • 등록 2013-11-21 오전 6:00:00

    수정 2013-11-21 오전 9:26:37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은행원들이 ‘열공’ 모드에 빠졌다. 승진을 위한 직급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다. 본인 업무 외 알아야 할 각종 전문 지식들이 날로 늘고 있어서다. 은행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은행원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금융업계 따르면 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이 올해부터 자율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직무 관련 시험을 신설하는 등 은행권이 자기주도적 학습 프로그램들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에 ‘직무챔피언’ 과정을 신설했다. 이는 행원과 대리급이 자유의사에 따라 응시할 수 있는 직무 평가 시험이다. 의무 시험이 아닌데도 올해 첫 시험에선 1200명의 행원과 대리들이 응시해 40%의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직무챔피언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챔피언’으로 인정되면 은행장 상장과 부상을 받게 된다. 시험 과목은 기업과 리테일 부문으로 나눠지며 1년에 1회씩 진행된다. 수상 경력은 전산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승진 고과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참여율이 높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이수해야 하는 직무지식평가와 달리 의무는 아니다”라며 “다만 챔피언으로 선정되면 명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행내 학습 분위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의 공통 이수 과목을 대폭 늘렸다. 지금까지는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직무 과정만 이수하도록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여신과 수신, 외환 과정을 모두 이수토록 했다. 이에 연차별로 약 2000여명이 직무에 관계없이 여·수신, 외환 연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의 관점에서 한 분야의 전문성만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관점에서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원한다”며 “그만큼 전문성을 쌓기 위해 은행원들이 알아야할 업무 지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승진 시험이 남아있는 농협은행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점장들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신청자에 한해 2주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쪽지 시험’을 친다. 일선 영업점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상품지식 충전소’에서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한다. 직원들은 매주 이메일을 통해 상황에 맞는 상품 지식들을 공부하게 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포지티브 인센티브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는 위해서는 금융 전문 인력 양성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학과 경영대 교수는 “국내 은행들이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금융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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