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중동 주민인 김한자(여·72)씨는 “어선이 드나들던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가 넉넉하고 활기찼다”며 “새만금 방조제 설치로 뱃길이 끊겨 어업을 못하게 되고 신도시 개발로 사람들까지 떠나면서 동네에 빈 집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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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는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문을 닫았다. 평일 오후였지만 건물 출입구를 아예 폐쇄한 곳도 적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쌀 반출의 거점으로 지목된 이래 국내 대표적 개항도시로 수십년 간 번창했다는 상권은 빛 바랜 건물과 함께 시들어 있었다. 영화동 상인 김복자(여·66)씨는 “저녁 7시만 돼도 사람 발길이 끊기고 거리가 칠흑 같이 어두워져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며 “유령 도시처럼 공동화가 심해지면서 장사를 아예 공치는 날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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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옛 도심의 쇠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인구 성장이 멎은 지방 도시가 개발 사업으로 공간을 확장하면서 불균형이 심해진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0년 9만437명이 거주해 국내 12위의 대도시였던 군산은 2010년 기준 26만546명으로 전국 230개 시·군·구 중 7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975년 27만명을 넘어선 뒤 인구 수에 큰 변동이 없다.
주변 지역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전라북도가 발표한 ‘지역개발 백서’에 따르면 해신·월명·중앙동 등 군산시의 옛 도심 3개동의 인구는 2007년 2만3500명에서 작년 말 1만5500명으로 무려 34% 줄었다. 방치된 빈 집도 2000년 1845가구에서 2010년 2770가구로 925채 늘었다. 아파트를 제외한 전체 단독·연립·다세대주택(3만4573가구) 100채 중 8채 꼴이다. 현재 군산시가 정비 대상으로 파악한 공·폐가 만도 583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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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도 노쇠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1년부터 2단계에 걸쳐 사업비 600여억원을 들여 총 23개 지구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낡은 집을 전면 철거한 뒤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와 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을 정비해 주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주민은 정부의 저리 융자를 받아 직접 집을 고쳐쓸 수 있다. 이밖에 군산시는 산비탈의 노후 주거지를 녹지로 탈바꿈하는 고지대 공원화사업과 옛 도심의 근대 건축물을 역사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근대역사경관 조성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앞서 재생사업을 마쳤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쯤 찾은 군산 신흥동 15-1번지 일대는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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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군산에서는 미장지구와 동부권 군산역 일대 내흥동과 성산면에서 대형 택지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옛 주거지가 시든 채 도시는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신개발지 수송동에 들어선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주민 김모(54)씨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늘지 않는 한, 재생사업이나 택지개발로 한 곳의 인구가 늘어나면 다른 곳이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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