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국회법에 따라 매년 100일간의 회기로 열리는 정기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물론 국정감사 등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무대이다. 하지만 정기국회는 앞으로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장외투쟁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요구하며 국회가 아닌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말로는‘주국야광’(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장)이라면서 원내외 병행 투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기국회를 볼모로 삼아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을 압박하겠다는 속셈이다.
정당과 의원들이 국회를 외면하고 광장에서 투쟁하는 모습은 가히 해외토픽감이다. 헌법에 규정한 대의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외면하는 행동이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심각한 전·월세 대책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364조 원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도 철저하게 심의해야 한다. 또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의 잘못과 예산 낭비 등도 파헤쳐야 한다. 서민과 약자를 보호한다면서 ‘을 지키기’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해 온 민주당이 국회를 팽개쳐야 되겠는가.
새누리당도 문제다. 민주당이 제풀에 지쳐 국회로 돌아올 것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대화와 타협이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도 없다.“여야가 항상 동반자로서 함께 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황우여 대표가 말했듯이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여야는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부터 신속히 처리하고 본연의 활동을 해야 한다. 각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정쟁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국회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기를 바라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듯이 여야는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