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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A(55)씨는 지난 1994년 5억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큐비탈 사의 헬리시스 3D프린터를 들여왔다. 당시는 3D프린터가 아닌 쾌속조형(RP·Rapid Prototype)으로 불리웠으며 프린터 노즐을 통해 한 단계씩 모양을 쌓아가는 방식의 시제품 제작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A씨는 의외의 쓴맛을 봤다. 시제품을 제작해보니 실제 생산된 제품과 차이가 컸고, 시간이 지나면 변형이 되기도 했다. 원료 탓이었다. 표면이 거칠어 페인트를 칠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후처리 시간도 오래걸렸다. 제작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도 떨어졌다. 그나마 자동차 엔진 흡기관 시제품 제작 주문이 있긴 했지만, 그는 결국 2000년대이후에야 CNC기계를 들여와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A씨는 “디자인 검토용이나 교육용이라면 모르겠지만 실제 제품 제작에 사용하기엔 아직 단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3D프린팅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소비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와 경쟁하기엔 환경이 열악하고 보조가 필요하므로 국가가 시장을 형성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등 각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3D프린팅산업발전전략포럼 의장)는 그에 대한 본보기로 무한상상실을 든다. 그는 “학교와 지역 곳곳에 설치되는 무한상상실에 3D프린터를 보급하는 것이 좋은 예”라며 “시장 형성을 위해선 초기에 국가가 구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디자인 무단도용이나 불법복제, 기존 기업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기 때문에 3D프린팅이 전통적인 생산공정을 대신할 것으로 결론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