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삽질(?)한 사업 살펴보니…

경부고속道, '국책사업 신기원'vs밀어붙이기式 선례
90년대 새만금·경부고속철등 '환경이슈 점화'
MB정부 4대강사업이 방점찍어
  • 등록 2013-06-04 오전 6:07:00

    수정 2013-06-04 오전 8:32:0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에서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짓는 것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최초의 대형 국책사업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이었다. 총 429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1968년 착공해 2년여 만인 1970년 완공됐다. 국내외 수많은 반대와 저비용 공사, 무리한 공기단축 등 문제가 있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결실을 맺는 바탕이 됐다. 국책 개발사업의 첫 성공사례인 동시에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상반되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980년대 초 재정 여건 등으로 인해 잠시 위축됐던 정부의 대형 개발 사업은 1990년대 들어 다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경부고속철도, 인천공항, 새만금 간척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1991~1992년을 기점으로 착수됐다.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토개조가 목표였지만 변화한 환경은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됐다. 특히 1990년 이른바 환경6법의 제정과 페놀사건(1991년), 시화호 오염(1996년), 동강댐 건설 백지화(2000년) 등은 대형 개발사업 추진을 어렵게 했다. 환경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방식대로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자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정부가 식량안보를 위해 대규모 농지를 조성한다며 1991년 착공한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표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업으로 당초 200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오염 논쟁이 불붙으면서 주민, 환경단체와의 소송 끝에 공사 시작 19년 만인 2010년에 방조제 공사를 마치게 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 3대 부실사업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이 사업은 2008년 산업, 관광 등 복합용도로 개발 목적을 바꿔 2011년 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올 9월에는 새만금개발청과 외국인 전용카지노 설치, 민간투자 유치지원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92년 착공한 경부고속철도는 사업비 5조8000억원을 투입해 1998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사전준비 미흡, 부실공사 논란 등으로 사업 기간이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경부고속철도 일부 노선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추진 12년 만에 1단계 구간이 개통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는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 18조4000억원으로 증액됐다.

현재 정부청사가 자리 잡은 세종특별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대대적으로 추진됐지만 사업 경위는 매끄럽지 못했다. 행정수도 이전사업에 대한 사업 타당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국민적 합의를 얻는 과정에서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취지엔 공감을 얻었지만 정부가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만큼 소수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이 반발을 산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행정수도를 자신의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지역이기주의가 나타나면서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국가 주도의 대형 국책 개발사업의 방점은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찍었다. 총 사업비 22조여원이 투입된 초대형 토목공사였지만 2008년 12월 4대강 종합정비계획을 발표한 뒤 6개월 만에 사업이 확정됐다. 국민 합의는 물론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아 정부가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란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재원을 조달해 시행하는 사업.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및 건설사업을 포괄한다. 국가재정법상으로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이 해당된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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