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의 바다’ 지키는 해양경찰

제20차 아시아해양치안기관장회의 개최
슬로건 '우리의 바다를 가꾸며 미래 보장'
  • 등록 2024-08-26 오전 5:30:00

    수정 2024-08-26 오전 8:11:48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7%가 전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를 통해 운송된다. 원유, 철광석, 연료탄 등 원자재는 100% 해상을 통해 운송이 이뤄지고 이 중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를 거쳐 공급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20%가 통과하는 말라카해협 및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는 선박 납치, 화물 탈취 등 해적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안보 위기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초국가적 연대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활동하며 접하는 모든 공간에는 항상 고민과 땀방울이 스며 있다. 이 속에서 거치는 다양한 시행착오는 더 나은 길로 향하는 열쇠를 건네준다. 현장이 중요한 이유는 당사자들이 직면한 가장 실체적인 정보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현장에서 체득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분석과 해결의 원천 정보가 돼준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빅데이터가 풍부할수록 솔루션의 현실성은 높아진다.

오는 9월 인천에서는 세계 각국의 해양경찰 기관장들이 모여 바다를 보호하고 가꾸는 노하우에 대한 빅데이터와 솔루션을 공유하는 ‘제20차 아시아 해양치안기관장 회의’를 개최한다. 대한민국 해양경찰청 주최로 9월2일부터 9월6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영국, 아시아해적퇴치협정(ReCAAP),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세계 27개 국가 및 국제기구들이 참여한다. 아시아 지역 해양 국제범죄 및 해양안전을 공동 대응하기 위해 2004년 시작된 이 회의는 이제 호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이 참여하면서 범 글로벌 회의로 성장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이 뜻깊은 회의를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최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실무회의를 통해 해양범죄예방, 수색구조, 역량 강화, 환경보호, 정보 공유를 주제로 함께 고민한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의 해양경찰 기관장들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해양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마련해 더 포괄적이고 능동적인 협력과 연대로 가는 길을 넓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해양 치안과 환경보호 등을 주제로 생생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세계 정상급 디지털 강국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은 해양안보 디지털 역량과 기술을 비롯해 70년 동안 축적해 온 다양한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 국가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직결된다. 세계 인구의 65%가 거주하는 인태 지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 무역의 46%, 해양 운송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전략 산업의 핵심 협력 국가들이 소재하는 경제·기술적 역동성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간 강력한 연대와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우리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국방, 방산 분야는 물론 사이버안보, 마약, 테러 등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해양 법집행 역량을 지원하며 아세안과 연합훈련 공조를 확대하면서 해양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모여 아시아 해양치안기관 회원국 간의 신뢰와 화합도 더욱 두터워지고 우리가 지키는 바다가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아시아 기관장 회의 슬로건을 ‘우리의 바다를 가꾸며 미래를 보장하다’(Gardening our seas, Securing our tomorrow)로 정했다. 바다가 우리의 살길이고 해양안보가 곧 세계 평화·안보다. 화합과 공존은 세계를 연결하는 바다에서 더욱 큰 가치를 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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