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화양동 인근 원룸촌에 사는 이모(25)씨는 부산 중심가 서면에서 20대 여성이 폭행당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 자취 5년 차인 그녀는 “밤늦게 집에 갈 때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는다”고 귀갓길 ‘공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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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28일 만나 인터뷰한 20대 여성들은 모두 ‘일상 속 공포’를 호소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혜민(28)씨는 “버스정류장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후로 계속 뒤를 따라왔다”며 집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주변을 돌면서 시간을 끌었던 경험을 전했다. 이모(22)씨도 “지하철역에서 낯선 남성이 ‘몸매 좋네’라고 말하는데, 그 말 자체만으로도 무서웠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표적이 된 강력범죄가 잦다 보니 일부에선 ‘연애·출산 기피’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B(29)씨는 “몰카나 교제폭력(데이트폭력) 소식이 너무 자주 들려 불안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연애에 관심이 줄고, 아예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모(27)씨는 “아들보다 딸이 사는데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며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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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오모(24)씨는 “범죄자의 얼굴·이름·나이 등 신상공개가 되면 사람들에게 각인돼 ‘절대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범죄는 확실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신상공개엔 과거 증명사진이 아닌 현재 얼굴(머그샷)을 보여줘야 한다”며 “음주나 정신과 병력엔 관대한 분위기인데 감형을 없애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피해자의 불안에 기댈 게 아니라 가해자에 처벌 두려움을 줘야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묻지마 범죄에서 여성의 피해가 큰데 이를 가볍게 처리해온 과거를 학습한 결과”라며 “불특정 공간에서의 강력범죄는 피해 정도나 심각성을 고려해서 신상공개를 강화하고, 가해자가 형을 마치고 나올 때 모니터링과 보호감찰을 확대해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