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는 한묶음?…따로 또 같이 꽃피운 예술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기획
비너스상·도기·석관 등 126점 선보여
2027년 5월 30일까지 상설전시관
  • 등록 2023-06-20 오전 5:30:00

    수정 2023-06-20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리스·로마 신화로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는 알고보면 별개다. 기원전 2세기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리스 신화를 수용하고 모방하면서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됐을 뿐이다. 로마는 그리스 고전기의 조각 걸작들을 공공장소와 개인 저택에 세워두었을 정도로 그리스 문화를 애호했다.

‘초상 미술’에서도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리스인들은 초상 이미지를 만들 때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묘사하기보다 군인, 철학자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초상’은 턱수염, 높은 이마, 작은 눈 등 전형적인 철학자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로마의 경우는 그리스와 달리 사실적인 초상화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귀부인 초상’. 이 작품은 미간에 있는 깊은 주름과 입가의 팔자 주름 등을 통해 노화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리스 원작의 석고상 ‘아리스토텔레스 두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폭넓게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오는 2027년 5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리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다. 세계적인 서양 고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기획한 전시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유산 126점을 선보인다.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2000년 이후 열린 그리스·로마 관련 전시는 대부분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만 집중됐다”며 “이번 전시는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비롯해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 작품, 두 나라의 사후관과 장례의식까지 다룬다. 가장 먼저 청동으로 제작된 로마의 ‘제우스상’을 만나볼 수 있다. 제우스는 신들의 왕으로서 권력을 잡고 최고 신에 등극했다. 제우스 이외의 신들은 여러 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짧은 손잡이가 두 개 달린 그릇에 그려져 있는 에우로페(‘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 좁을 목을 지닌 그리스 도기에서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아테네 ‘아테나와 헤라클레스’).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를 그린 킬릭스(사진=국립중앙박물관).
토르소(머리와 팔다리가 없이 몸통만 있는 조각상)만 남은 비너스상도 눈에 띈다. 여신 비너스가 욕조에서 나오는 순간을 나타낸 것으로 몸 일부만 가운으로 덮여 있다. 고대 그리스 문화권에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숭배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비너스상은 튀르키예에 있는 고대 도시 에페소스에서 오스트리아가 진행한 유적 발굴 작업 중에 발견됐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죽음으로 삶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전환된다고 생각했다. 글과 이미지를 새겨 넣은 유골함이나 보드게임을 하는 망자의 모습이 담긴 석상 등에서 이러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가 죽어도 석관(돌로 만든 관)을 남겼다. 대리석 석관 작품인 ‘소년의 관’은 가운데에 망토를 입은 소년의 흉상을 묘사하고 있다. 맨몸에 망토만 살짝 거친 두 명의 남성이 양쪽에서 둥근 방패인 ‘클리페우스’를 들고 있는데 일종의 보호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로마의 청동 ‘제우스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 전경. 가운데에 ‘비너스상’이 전시되어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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