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한 주 동안 넘쳐나는 정치 기사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고 싶었던 부분 있으셨나요. 주말에 조금이나마 긁어 드리겠습니다.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공천 가능성 열려있으니까 그때까지 해당행위하지말고 있으라는 뜻이죠.”
`정치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총 ‘1년 6개월’의 징계.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차기 당 대표 선거엔 출마할 수 없지만 총선 출마의 길은 열어두면서 이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것인데요. ‘제명’보다도 난감한 징계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늘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해석해보겠습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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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대표에게 지난 한 주는 참 잘 풀리지 않는 날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6일 법원에서 이 전 대표가 신청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기각했고, 그날 새벽 당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게 기존 6개월에 더해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했는데요. 비대위는 살았고, 이 전 대표는 코너에 몰렸습니다.
당초에 이 전 대표 측은 법원에서 1차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3·4·5차 가처분 또한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오고 있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당 윤리위원회에서 총선 공천 도전 등 당원의 각종 권리를 박탈하는 ‘제명’ 조치를 내릴 땐 가처분으로 충분히 다퉈볼 만 하다고 봤습니다. 추가 징계엔 추가 가처분이 예고돼있었죠.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첫 입장은 신중했습니다. 그는 7일 저녁 페이스북에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라고 쓰고 한자로는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고 적었습니다. ‘물령망동 정중여산’은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첫 출전인 옥포해전을 앞두고 긴장한 군사들에게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말입니다. 이 전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 및 보수신당 창당과 선을 긋고 총 1년 6개월 징계 기간 동안 침착하게 보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당의 ‘시그널’을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 7월 24일 저녁 경북 포항 송도해변 한 통닭식당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자나 포항시민과 치킨을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번개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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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으로 이 전 대표는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될 22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힘’ 당적을 달고 출마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 징계가 해제되는 시점은 2024년 1월 9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공천 서류 신청 기간을 보면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로 약 7일간입니다. 국민의힘은 통상적으로 보통 1월 말에서 2월 초 공천 서류를 받아왔습니다. 현재 정치적으로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와 ‘국민의힘’ 당적을 달고 출마하면 불리할 순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공천 신청이 어렵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다시 말해 이 전 대표가 이 기간 동안 당에 해가 되지 않고 잘만 한다면 ‘정치 생명’이 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지난 7월에는 지역 곳곳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 당원 가입을 독려해왔었는데, 그와 같은 향후 행보보다는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2030 당원들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동에 대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당을 시끄럽게 만든다며 난감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 전 대표에게 ‘사고치지 않으면 총선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로 공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법원에서 가처분 기각한 것이 윤리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며 “당은 이미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은 상황에서 ‘제명’ 등 최고 징계로 이준석을 때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비대위로 안정적으로 당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7월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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