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기 저성장 얘기할 때 아냐…통화스와프 등 인프라 구축해야"

[만났습니다]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②
"스태그 환경에서 '저성장' 거론은 혼선 초래"
선진국형 양적완화도 할 수 있는 '정책 인프라' 필요
물가 목표치 유지해야…"고물가 시대 상향 안 맞아"
  • 등록 2022-06-20 오전 5:51:00

    수정 2022-06-20 오전 5:51:00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지나가고 난 이후엔 우리나라 경제는 또다시 저성장·저물가를 걱정하게 될까.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 한국, 태국, 중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서 저(低)물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4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변동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저성장·저물가 상황은 언젠가 다시 온다”면서도 “중앙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하에서의 물가 상승) 환경에서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이후의 환경을 얘기하는 것은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가가 어차피 내려갈 것이라면 금리를 안 올리고 버티는 게 낫지 않겠냐는 속내가 있는 지를 의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장기적 측면에서 저성장·저물가 상황에 대처해야겠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가산점도 있지만 점수를 깎아 먹지 않음으로써 평균 점수를 유지할 수도 있다”며 “선진국형으로 가면 장기 침체 성장률이 확 떨어지는 상황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마이너스 또는 (잠재보다) 낮은 성장률의 빈도수를 줄이는 등 성장률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윤 교수는 정책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선 한미 통화스와프 등을 체결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실업률이 2009년 1분기 9%에서 지금은 자연실업률보다 낮은 3.6%인데 이는 양적완화 정책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스위스·유럽 중앙은행 등이 2013년부터 1년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갱신하고 있는데 위기 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통화스와프라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

그는 “선진국으로 가는 것 자체로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득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례 없는 인플레가 닥치면서 7년째 유지하고 있는 2% 단일 물가목표제의 유효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올 연말 물가안정목표제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학계 일각에선 목표치를 높이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왜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 까에 의문이 생긴 적이 있는데, 미국이 장기간 물가목표를 2%로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물가목표치를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리면 중립금리가 올라가는데 지금처럼 고물가 상황에서 중립 금리를 올려놓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중립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물가 시대에 물가목표치를 올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자기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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