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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세계 경기가 모처럼 호황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공급 측면에서도 주요 산유국인 중동의 정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럴당 60달러대는 적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추가 상승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왕자의 ‘피의 숙청’
가장 주목되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피의 숙청’이다. 제1 왕위계승자(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32) 왕자가 실권자다. 그가 반(反)부패를 이유로 왕자 11명과 현직 장관 4명 등 사우디 최고위 인사들을 대거 체포하면서 반대파를 숙청한 것이다.
체포된 이 중에는 중동 최대 부호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포함돼 있다. 그는 사우디의 원유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 인사다. 빈 탈랄 왕자를 숙청한 빈 살만 왕자는 원유 감산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가 증가하는 와중에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원유, 특히 중동 두바이유 가격이 큰 폭 뛰었던 이유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62.06달러, 56.74달러에 거래됐다. 그 차이는 5.32달러. 지난 7월만 해도 두 상품의 가격 차는 미미했으나, 최근 몇 달새 갑자기 커진 것이다. 중동의 정정 불안 탓에 두바이유의 상승 폭이 유독 컸다는 의미다. WTI는 주로 미국에서 거래된다.
실제 중동 산유국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OPEC의 감산 이행률은 92%로 전월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우리 경제와도 직결되는 변수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는 매우 높다.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예컨대 주유소 휘발윳값이 15주째 상승하고 있는 것도 두바이유 가격 때문이다.
세계 경제 호조도 유가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요인이다. 원유 수요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최근 정책당국 인사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동시에 개선 흐름”이라면서 “10년 전 금융위기의 터널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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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당분간 더 오를 수도”
그렇다면 앞으로 유가 흐름은 어떻게 될까. 배럴당 60달러대 내에서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중동의 감산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을 주목할 만하다. 김지은 한국은행 조사역은 “내년 3월 종료 예정인 주요 산유국 감산 합의는 오는 30일 OPEC 정기총회에서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사우디, 러시아, 이라크 등은 감산 연장을 지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유시장의 여건은 유가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며 WTI 기준 내년 50~70달러를 전망했다. 두바이유는 그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
만에 하나 배럴당 70달러대를 넘어설 경우 우리 경제에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이 커지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으로 유가 상승이 제약돼 50달러대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