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반주기기 업체인 TJ미디어(032540)는 일반 사람들에게 ‘태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회사다. 노래반주기기를 만드는 회사라 가수 태진아 씨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가 단 한 번 회사에 놀러 왔던 게 전부라고 한다. 한자로 클 태(太)와 별 진(辰)의 합성어인 사명은 윤 회장이 스피커 등의 자동차 음향기기 제조사를 창업할 때 붙였던 이름이다.
TJ미디어는 1997년 코스닥 상장시 태진음향이라는 사명을 버리고 태진미디어로 바꿨다. 사명이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컨설팅 회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외 시장 개척시 ‘태진’이라는 한국어 발음을 외국인들이 어려워 해 앞 영문자를 딴 TJ미디어로 개명했다. TJ는 노래방반주기기 회사 답게 ‘투게더 앤드 조이(Together & Joy)’라는 뜻을 담았다.
연간 600억~700억원 규모의 국내 노래반주기기 시장에서 TJ미디어는 40%를 점유(금영 60%)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매출액 529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성장 발판 마련
윤 회장은 1984년 개인회사인 태진음향을 설립해 처음에는 차량 스피커를 만들었다. 어느 날 일본 기술잡지에서 일본 음악사인 야마하의 음원 칩(Chip) 얘기를 접하면서 노래반주기기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3년에 걸쳐 노래 반주 음원 칩이 담긴 기기를 개발해 제품을 상용화했다. 기존 주거래처가 자동차 분야였기 때문에 첫 고객사는 관광버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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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TJ미디어의 국내 경쟁사는 ‘아싸’라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화교 출신 개발자와 손잡고 동전으로 노래음반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전 노래방’ 사업을 진행했다. 아싸가 동전 노래방을 통해 골목상권을 장악할 때 TJ미디어는 ‘미드’라는 기술을 통한 새로운 노래방반주기기 ‘프로500’ 모델을 내놨다. 미드는 건반을 치면 통신에 의해 연주된 값이 녹음되는 형태다. 이를 통해 TJ미디어는 요즘 얘기로 ‘대박’을 쳤다.
이를 발판 삼아 TJ미디어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노래반주기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1997년 4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지만 그해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TJ미디어의 첫 시련이었다.
하지만 당시 TJ미디어는 부채없이 현금 자산만 17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직자들이 노래방을 창업하며 노래반주기기 수요가 급증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은행 예금금리는 23%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 보다 이자 수익이 많았다고 윤 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덕분에 TJ미디어는 1998년 부천에 있던 사옥을 정리하고 등촌동 시대를 맞았다. TJ미디어는 부도 사태를 겪은 한보그룹의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지를 매입해 사옥을 이전했다. ‘IMF 사태’가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됐던 셈이다.
신사업 실패, 해외로 눈돌리는 계기돼
윤 회장은 “이때 엄청난 투자를 진행했고 2005년 MR800이라는 모델의 제품까지 출시하며 인터넷 노래반주기기에 주력했다”면서 “하지만 음악이 너무 세련돼서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대두됐다”고 회고했다.
게다가 윤 회장은 다양한 신사업도 추진했다. 노래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으며 공연 사업에도 손을 댔다. 대학로에 부지를 매입하고 공연장까지 건축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도 진행하기 위해 가수들과 접촉했다. 인터넷 음악방송으로 인기를 모았던 음악전문 사이트 ‘두밥’도 인수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신사업들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때 투자로 날린 돈이 100억원이 넘는다. 윤 회장은 “더 이상 우리가 잘하는 것 외에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도 기회로 바꿨다. 유동성 위기로 매물로 나온 프랑스 음원 칩 회사 ‘드림’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드림은 세계 3대 음원 칩 전문 기업으로 당시 아트밀이라는 독일계 반도체 기업 자회사였다. 그동안 TJ미디어는 드림과 협력해 노래반주기기를 만들어 오던 터라 상대방 회사 내에서 TJ미디어로 주인이 바뀌는데 반발이 없었다.
윤 회장은 경쟁사인 금영도 드림의 음원 칩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 시장점유율을 뒤집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특히 야마하와 로랜드 본사가 있는 일본 말고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드림의 음원 칩을 통해 노래반주기기를 만들고 있다. 세계 1위 노래반주기기 업체로의 발돋움도 노려볼 만하다는 것.
윤 회장은 “드림 인수 후 매출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신규 투자에 쏟아부었다”면서 “올해 신규 제품이 나왔는데 본격적인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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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해외에서 성과를 내기는 ‘한식의 세계화’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해당 국가의 음악 사용료 문제만 해결하는 것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현지 유통 생태계를 파악해 기기를 공급하고 현지 문화에 맞게 음원을 제작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윤 회장은 해외 진출시 한 국가에 적게는 5년, 길게는 7~8년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때문에 오랫동안 공을 들인 일본 시장에서 가장 크게 성공했다. 일본 내 1위의 가라오케 회사인 DK(다이이치코쇼)와의 파트너십으로 올해까지 총 100만대의 기기를 판매했다. 국내보다 일본에서의 매출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필리핀에서도 역시 TJ미디어 기기가 인기다. 지난 해 기준 8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는 “한 번 진출하기로 결정하면 꾸준하게 가겠지만 가기 전까지는 준비를 제대로 해서 가자는 것이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생각”이라면서 “정직하게 TJ미디어 만의 길을 가는 것이 일본과 필리핀 현지 파트너들과 오랜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쳐야 창업 성공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 30분 동안 회사 설립부터 음원 칩 기술 변천사, TJ미디어 비즈니스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한 윤 회장은 창업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창업 성공의 가장 큰 요건으로 해당 분야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고 스스럼 없이 얘기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정말 몰두하면 해당 분야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그 지식이 노하우가 돼 계속 커진다”고 했다.
그는 “큰 기업이건 중소기업 이건 회사를 창업한 사장들은 다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몰두할 수 있는 DNA가 찾아지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어 “TJ미디어는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정직함의 철학을 바탕으로 제길로만 지속적으로 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환 TJ미디어 대표이사 회장은
1955년 충남 당진 출생이다. 1984년 10월 태진음향 설립 이후 1991년 회사를 법인 전환 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아주대학교 산업대학원과 한양대학교 관광대학원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