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장수기업]70년째 장(醬)맛 수호신,매일식품

오상호 대표 "100만佛 수출탑 수상 가장 기억에 남아"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고객 니즈 충족 및 R&D·품질관리 노력 박차
IMF 당시 최대 위기…임직원 희생ㆍ배려로 극복
2020년 아시아 100대 식품회사 진입 목표
  • 등록 2015-01-07 오전 3:00:00

    수정 2015-01-07 오전 3:0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고객의 사소한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고 끝없는 기술개발 및 품질관리 노력이 70년을 이어온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남 순천시 서면 순천공단에는 3대째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醬)’ 제조라는 한 우물을 판 회사가 있다. 장은 우리 음식의 간을 맞추는 가장 기본 양념이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오상호(43) 매일식품 대표이사는 “해방 이후 혼란의 시기였던 당시 창업자이신 할머니(고 김방 여사)께서는 장독대에 장을 담가두면 누가 들고가지도 않고 오래 둘수록 괜찮은 것이 장이라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하셨다”고 말했다.

1945년 ‘김방장유양조장’으로부터 시작한 매일식품은 오 대표의 부친인 오무(74) 회장이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던 양조장을 체계화 된 현대식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오 회장은 현재 한국장류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어 매일식품 경영 외에도 장을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맏형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매일식품은 아버지 오 회장과 장남 오 대표가 함께 대표이사로 등재됐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오 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오 회장은 회사의 큰 결정이 필요할 때에만 회사의 큰 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오 회장은 오 대표가 준비된 가업 승계자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오 대표는 199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각 부서에서 업무를 파악한 뒤 15년이 지난 2013년에 아버지와 함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오 대표는 “매일식품이 7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임직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 대표는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식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의 작은 장 제조회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올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지난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청 등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매일식품은 중소기업의 수출 성공사례로 꼽혀 오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직접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오 대표는 “매일식품이 수출 성공사례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해외 고객사 선정에도 어려워 할 때 중소기업진흥공단, KOTRA,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의 도움이 컸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기업들도 정부 및 관련단체의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일식품은 대부분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가 가장 큰 위기였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가 가장 큰 위기였다”며 “임직원들이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희생과 배려심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이사. 매일식품 제공
오 대표는 매일식품이 위기를 극복하고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제품 본연의 경쟁력인 ‘장의 맛’으로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 우리 제품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음식 맛의 기본이 되는 장맛이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매일식품은 감칠맛을 내기 위해 유해성 논란이 있었던 글루탐산일나트륨(MSG)을 대체해 글루타민산 함유량을 46.3%로 높였다. 반면 국내 대부분 제품의 글루타민산 함유량은 20%대에 불과하다.

그는 “장류 업종의 특성상 경기를 많이 타지는 않지만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개척, 신제품 개발, 연구·개발(R&D), 품질관리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제품 개발에 사운을 걸고 직원의 10%를 R&D 인력으로 채용하는 등 과감한 제품개발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사의 사소한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CJ제일제당(097950), 하나로마트, 청정원, 아워홈 등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최근에는 조미료와 같은 소재식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발기간 3년·투자비용 11억원을 들여 개발한 ‘아지미’, ‘농후미’는 R&D 투자의 결정체다. 오 대표는 “회사가 만드는 장의 맛이 좋기 때문에 이를 응용한 여러 제품 개발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특히 해외시장을 겨냥해 수출이 쉬운 한식양념장 브랜드와 소스를 개발, 한식양념이 세계 여러 가정 식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오 대표는 “계속 뛰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직원 모두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올해 수출 100만불 탑 수상을 꼽았다. 오 대표는 “예전에도 베트남 전쟁과 사우디 건설현장 등에 제품을 수출했다”며 “정부 및 유관단체의 도움과 끊임 없는 기술 및 제품개발을 통해 지난해 수출 100만달러(약 11억원)탑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오 대표는 전했다. 그는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매일식품은 없었을 것”이라며 “창업주인 할머니부터 직원 한명 한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실천했다. 식품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는 적지만 회사 발전의 혜택이 직원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100년 기업을 넘어 지속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기업과 기업인으로 책무를 다하는 것이 가장 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이어 “2020년 아시아 100대 식품회사 진입이라는 목표를 갖고 정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호 대표이사 약력>

△1972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고 △홍익대 산업공학과 △연세대 공학대학원 공학경영 재학 △1998년 매일식품 입사 △2013년 매일식품 대표이사 취임 △순천상공회의소 상공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차세대모임(전남 동부지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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