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친노프레임 극복 못하면 총·대선 승산 없다"

추미애 새정치연합 의원, '계파정치'에 돌직구를 던지다
  • 등록 2014-12-09 오전 6:01:00

    수정 2014-12-11 오후 6:14:54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강산이 한 번 변한다고 하는 10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통합을 해보지 못한 채 내부가 충돌하는, 내상을 입히는 정치를 반복해 왔습니다.”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추미애(56·서울 광진 을·4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의 가장 큰 병폐로 ‘계파 기득권 지키기’를 지목하면서, 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이 계파 정치를 그만두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추 의원은 차기 당 대표의 조건과 관련, “세력 통합을 위해 헌신해 왔고 (앞으로)헌신할 수 있는 사람, 기득권 기반 위에서 정치를 하지 않은 사람, 주어진 힘으로 세력의 융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융합을 통해 당의 지지를 다지고, 이를 디딤돌로 해 차기 총선과 대선을 승리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10년 전 상처 아직도 극복하지 못해”

추미애 의원/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여의도 정가에 입성한 추 의원은 현재의 상황에선 야권의 차기 총·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당시 집권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개혁 세력이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과 호남 세력이 중심인 민주당으로 분열됐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탄핵 정국에 힘입어 152석으로 제1당에 올라섰고, 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치며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한 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탈당파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일부 탈당세력이 합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출범했지만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2008년부터 지금까지 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이 수차례 바뀌며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다.

2003년 이후 10년간의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논쟁과 이른바 ‘친노 프레임’에 갇혀 있는 야권이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당 밖 세력과의 싸움에 앞서 뿌리 깊은 내부 불신과 계파 갈등, 기득권 지키기를 깨지 않으면 백전백패에 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추 의원은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 과정에서 서로의 깊은 상처를 말하지 않더라. 대선 패배의 가장 뿌리에 있는 원인을 말하지 않더라”라면서 “10년 전 분열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열린우리당 탄생과 내부 분열 이후 ‘헤쳐 모여’를 거듭하며 창당과 재창당을 거치는 과정에서 내제된 근본적인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봉합한 채 시간만 흘러왔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이로 인한 계파 정치의 폐해를 설명하면서 ‘세월호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여권에 끌려다녔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친노 강경파는 진상규명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다수의 온건파는 대강 넘어가기를 원한다고 잘못 번역이 됐다”며 “어떠한 주제를 놓고 민심을 설득하기 이전에 주문을 외우듯 친노·비노 갈등으로 프레임을 걸면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전에 샛길로 빠져버린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민주당과 안철수 개혁세력이 합쳐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새정치’와 ‘민주’의 연합이라고 하는데, 새정치도 없고 민주도 사라졌다”며 “당내 건전하고 투명한 토론이 없다. 어느 자리에 가면 계파만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득권 위에서 정치하지 않은 사람이 당대표 해야”

새정치연합은 내년 2월8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새 지도부는 20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어 누가 선출되느냐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 결과는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재인 의원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당대표 출마가 점쳐진다.

추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나라의 진로가 바뀐다는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며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를 중심에 놓는 개혁을 실현하는 당을 설계하겠다는 생각이 있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대표 출마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며 확답을 하진 않았다.

추 의원은 “새누리당이 완고한 보수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이라면, 새정치연합은 탄력적이고 투명하고 이유가 분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정치 논리 없이 당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끌고 당의 특색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노 지도부가 선출될 경우 신당 창당을 불사하겠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제가 무릎이 깨지도록(3배 1보를 하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당의 분열을 막은 사람”이라며 “그것(분열) 때문에 정치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정치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의 ‘중(中)규직’…“정규·비정규 가르면 안 돼”

추 의원은 취미 등 관심사를 묻자 최근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 본 영화 ‘카트’를 소개했다. 카트는 대형마트인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장을 점거해 파업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추 의원은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인 최규석 작가의 ‘송곳’도 관심 있게 즐겨보고 있다고 했다. 송곳은 한국까르푸의 한 지점을 배경으로 근로자들이 노동문제에 눈 떠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추 의원은 “사회 문제를 정치 언어로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영화나 만화로 만들었을 때는 공감 능력이 더 많이 생긴다”며 “각자의 정치주체들이 편을 갈라 각을 세우려 할 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게 문화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새 고용형태인 ‘중(中)규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국민을 자식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 어버이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큰 자식도 어렵고 작은 자식도 어려운데 부모 책임이라고는 하지 않고 큰 자식이 먹는 밥을 줄이라는 이야기”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규직도 상시경쟁에 노출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보수도 피 튀기는 경쟁으로 인해 있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살펴보지도 않고 정규직 너희들 때문에 비정규직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둘 사이를 가르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의원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추미애 의원 프로필

‘대구 세탁소집 둘째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 영국병을 고친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마가렛 대처가 구멍가게 둘째 딸이란 점, 대구 출신으로 호남 집안의 남편과 결혼했다는 점에서 착안, 정치권이 추 의원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10년간 판사를 하던 추 의원을 정계에 이끈 건 1992년 14대 대선에서 떨어진 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1995년 정계에 복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 총재였다. 김 총재가 당시 “호남 사람인 제가 대구 며느리를 얻었다”며 감격에 겨워 추 의원을 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2년 16대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 명동 유세에서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정몽준만 있느냐, 여기 추미애도 있고 정동영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유력 차기주자로 부상했다. 당 최고위원을 두 차례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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