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도 끝나지 않은 밀양의 여름

  • 등록 2014-06-10 오전 6:10:00

    수정 2014-06-10 오전 6:1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올여름은 덥지 않을 거라는 기상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23기 중 20기의 원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며 올해는 전력난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경남 밀양은 이런 상황이 잘 전해지지 않는 듯하다. 한국전력(015760) 측은 전력난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며 오는 11월까지 밀양 765㎸ 송전탑 건설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농성 움막이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쇠사슬과 가스통까지 마련해 두고 강력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밀양엔 올해도 전쟁 같은 여름이 예고되고 있다.

밀양지역 송전탑 공사는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전력이 부족한 지역의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강행되자 주민들은 반대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밀양주민 2명이 자살했다.

많은 이들이 밀양에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가동될 신고리 3·4호기를 위해 송전탑 건설을 올해로 정하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모습까지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 같다. 대의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기 때문이다.

이대로 공사가 강행되었다가는 건설 이후에도 밀양 송전탑 후유증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주민들 간의 반목과 다른 지역에서도 또 다른 송전탑 반대 움직임도 일어날 수 있다. 공사 일정이 지체된다면 공사비는 더 들 수 있다. 그래도 양측이 온 힘을 다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보듬는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아까운 시간을 대화 없이 보내버린 탓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고 한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건 대화와 소통이다. 앞으로의 시간을 소통의 시간으로 만든다면 이는 허송세월이 아닌 서로가 ‘윈(win)-윈’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침몰로 많은 이들이 상처받았다. 이제는 치유가 필요하다. 치유의 방법 찾기가 밀양에서 시작되기를 바라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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