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수술 후 연이은 사망사고 ... 수술 후 24시간이 ‘고비’"

수술 후 24시간이 관건, 환자 지켜보며 응급상황 대비 필수
10년 이상의 경력도 안심할 수 없는 고난이도 수술
  • 등록 2013-11-02 오전 6:19:25

    수정 2013-11-02 오전 6:19:2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어릴 때부터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던 강소정(여· 31·가명)씨는 음식물을 씹거나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드라져 보이는 사각턱 때문에 최근 5시간에 걸쳐 양악수술을 받았다.

물론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양악수술 후 환자 사망’ 기사에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 성공한 사람이 더 많았던 터라 ‘재수가 없어 생긴 특별한 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반대하던 부모님은 딸의 간곡한 설득에 ‘이름있는 병원에서 수술받아라’라는 전제조건 하에 허락하셨고 그녀는 여성잡지에서 ‘유명 연예인 다수가 양악수술을 받았다’는 한 성형외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실으로 옮겨진 그녀는 혈압이 오르면서 출혈이 발생했고 피가 기도를 막으면서 결국 의식을 잃었다.

회복 때 출혈이 기도로 흘러가면서 목숨 위협

강씨처럼 양악수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모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았던 A씨가 회복실에서 안정을 취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는가 하면 지난 6월에도 양악수술을 받고 한 달 동안 의식불명이던 30대 여성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양악수술 후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이유는 회복 과정에서 출혈이 생겨 기도가 막히면서 질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은 복잡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갈 뿐 아니라 조그마한 상처에도 타 부위에 비해 출혈이 큰 것이 특징이다.

혈압이 떨어졌던 수술 때와는 달리 회복 과정에서 혈압이 정상 수치가 되면서 예상치 않게 출혈이 발생한다. 또 수술 시 지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복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양악수술 특성상 코 점막이 붓는데다 수술 후에는 위, 아래턱을 고무줄 또는 철사로 묶어놓기에 출혈이 생기면 피가 기도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양악수술 시 꼼꼼하게 지혈하고 회복 시 하루 정도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

◇콤플렉스 고치려다 더 심한 장애에 절망감이 가득

양악수술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겪다 자살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양악수술을 받은 남성이 부작용으로 고민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했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도 수술 후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이 막혀 눈물이 계속 흐르는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던 여대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양악수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상악과 하악의 위치가 맞지 않아 음식물이 씹히지 않거나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마비 또는 둔해지는 것처럼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안면비대칭을 바로 잡고자 수술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안면비대칭이 생기는 일도 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수술을 받았는데 기존보다 더 심한 기능적 문제가 발생하면 허탈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양악수술은 고난이도라 재수술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절망감이 다른 성형수술에 비해 더 크게 작용한다.

◇10년 이상의 경력도 안심할 수 없는 고난이도 수술

양악수술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수술 경험이 적거나 없음에도 병원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는 비뚤어진 의료계 현실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성형외과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영 적자가 나는 곳이 속출하면서 흔히 말하는 ‘돈이 되는 수술’인 양악수술을 시도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외과계의 수련과정 중에는 교합(이물림)의 움직임과 관련한 교육내용이 충분하게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개원 후 어깨 너머로 양악수술을 배워 시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양악수술처럼 교합을 움직이는 수술은 뼈만 건드리는 사각턱 수술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높고 수술 실패 시 환자가 겪는 피해가 더 크다.

양병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의사의 수술 실력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와 비례하지만 양악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10년 이상을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워낙 필드(부위)가 좁고 여러 가지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해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양악수술 붐이 조성된 게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다수의 연예인이 시술받았다는 광고나 마케팅만을 믿고 병원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술 후 24시간이 관건, 환자 지켜보며 응급상황 대비 필수

양악수술 특성상 회복과정을 지켜보고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망사고와 연관이 있다. 양악수술은 수술도 그렇지만 하루 정도의 회복기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 시 없던 출혈이 예상치 않게 발생해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양악수술은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무줄 또는 철사로 상악(위턱)과 하악(아래턱)을 묶어놔 환자가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최소한 수술 후 24시간 동안은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처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성형외과 또는 치과의 경우 간호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인건비 문제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사례도 있다. 간호사가 상주해도 인원이 적다 보니 환자 옆에서 전담 간호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피가 기도를 막아 호흡이 불가능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아이를 출산하던 산모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또는 관련 진료과 전문의가 곧바로 처치해 대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산부인과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렇지 못한 게 그 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도 절개를 통해 숨구멍을 확보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성형외과나 치과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의사가 의과대학 교육과정 때 배워 기도 절개가 가능하다 해도 능숙하지 않아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대형병원으로 옮겨 처치하기에는 상황이 긴박해 안심할 수 없다.

◇성형수술로 인식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

양악수술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악수술을 치과 치료의 관점보다는 성형수술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짙다.

우리나라처럼 한 개의 의사면허로 양악수술을 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흔하지 없다. 유럽 대다수 국가와 미국은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양악수술을 시행한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수련과정에 2년 동안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양악수술은 뼈 외에도 피부와 피하조직, 근육, 치아의 조합까지 고려해야 하는데다 얼굴의 복잡한 혈관과 신경까지 감안해야 해서다. 이중면허를 가진 치과의사와 의사가 양악수술을 한다는 점과 교합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데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이중면허를 가진 의료인만 양악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남자의 경우 의대 6년과 인턴, 레지던트라는 수련과정 외에도 군대를 다녀와야 해 이중면허를 취득할 경우 나이가 마흔 살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교육과정에 교합(이물림) 부분을 포함시키는 것도 현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악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광고와 마케팅만 보고 병원을 선택하기 보다는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병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현대적 개념의 턱교정수술은 1955년 입안 절개를 통한 하악골절단술이 스위스에서 보고된 게 최초다. 이후 외과적 수술을 많이 하는 미국에서 발전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수술건수가 가장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극심한 외모지상주의와 양악수술을 성형수술 중 하나로 보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에서 양악수술에 10% VAT(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그럴 경우 잘못된 인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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