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대화록 즉각 공개와 NLL 국정조사 실시를, 민주당은 선(先) 대선개입 국정조사 후(後) 대화록 공개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어 타협점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6월 국회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경색된 정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與 대화록 즉각 공개 vs 野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후 공개
여야 정치권은 23일 노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여부를 두고 또다시 강하게 부딪혔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전제로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조건없는 공개’를 내걸었다. 이에 민주당은 장외투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진실을 보고자 한다면 언제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민주당은 대화록 공개입장을 밝히면서도 전제조건을 달았는데, 그것은 필요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에 있는)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라면서 “검찰도 이미 그렇게 판단했다”고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의 절차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한 비판이다.
민주당은 장외투쟁 같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대학생들과 종교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원내협상 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與도 野도 장기화 때는 ‘부담감’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로 수세에 몰렸던 정국 상황을 NLL 공세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향후에도 민주당의 약점인 ‘안보 문제’를 적극 부각시키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8일 서해 최전방인 백령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달 초에는 경남 진해 해군기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에도 부담감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야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장외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정권 출범 초기 촛불시위로 큰 위기에 직면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과 NLL 사건을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이러다가 정권에 부담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의혹-NLL 대화록 이번에 털고 가야
전문가들은 여야가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접근해 풀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권의 정통성 문제, 대한민국의 주권 문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정쟁의 대상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가야 미래에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민주당은 NLL 대화록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방중(訪中) 하기 전에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를 언급하는 등 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본부장은 “여야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성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또한 “여야 대치 국면이 지속될 수록 국정수행 지지층에서 중간지대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꼬인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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