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사이판으로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느 지역이라도 보고, 느끼고, 배울 만한 소재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판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여행지라는 점에서 수학여행 대상에서 미리 제외시켜 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연학습 가치만 해도 나름대로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행 경비다. 1인당 대략 120만원 안팎에 이르는 적잖은 경비를 부담하면서까지 굳이 사이판으로 수학여행을 갈 필요가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한두 곳이 아니지 않는가. 초등학교의 수학여행조차 남에게 과시하려는 거품이 끼고 있다는 증거다.
가뜩이나 초·중·고교의 수학여행 경비 차이가 현저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지적되는 마당이다. 어느 고교에서는 유럽여행을 다녀왔다고도 하고 일본이나 중국, 홍콩을 다녀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설사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전만능으로 흐르는 우리 여건에서 자칫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봐서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