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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이들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사후검토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없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빈번하게 좌초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처럼 국책사업 실패에 대한 재발시스템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도 정부의 의지만으로 ‘일단 하고 보자’식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또 다른 갈등을 야기, 개발 사업을 지연 또는 중단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실패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지금보다 더 꼼꼼하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사후에도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朴 정부, 정책실명제·개발사업 평가시스템 도입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것이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와 ‘개발사업 평가시스템’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철저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먹구구식으로 대규모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막고 정책 책임자의 실명을 밝히는 정책실명제를 통해 과거처럼 무리하게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최고당국자 정책실명제는 정책이 실패한 경우 최고 당국자에게 책임을 물어 국책사업 실패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지금까지는 타당성 평가가 잘못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개발 사업을 책임감 있게 진행하기가 구조상 어려웠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책임회피적인 태도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실한 국책사업 줄어들까?…“갈등 중재그룹도 만들어야”
아울러 전문가들은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시스템 외에도 국책사업 추진시 정부와 국민 간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는 기구도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책사업 특성상 해당 지역 주민과 이해의 상충 문제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은 사업 동력을 떨어뜨려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국토부는 개발을 주도하는 부처인 만큼 제도개선만으로 과거 방식을 한 번에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책사업관리법을 통해 국책 사업 전반을 평가하는 제3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중재기관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 때 갈등조정 기본관리법에 따라 갈등조정위원회가 생겼지만 현재는 거의 운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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