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일단 짓고 보자’식 국책사업 안한다…난개발 막을까?

개발실패 재발방지시스템 부재‥밀어붙이식 개발 단초
개발사업 평가시스템 도입‥불필요한 국책사업 추진 사전 차단
최고당국자 정책실명제‥책임소재 구분해 난개발 방지
실효성 얻으려면 제도운용 제대로 해야‥“갈등 중재기구도 필요”
  • 등록 2013-06-04 오전 6:05:00

    수정 2013-06-04 오전 8:33:28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의 세빛둥둥섬은 부실한 사업 타당성 조사로 세금이 낭비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4년 만에 발생한 조류주의보로 녹색으로 변한 한강 물 위에 세빛둥둥섬이 떠있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이미 지난해 사업이 끝났지만 사업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각각의 사업에 사업비만 무려 22조원과 2조여원이 투입됐지만 사업성과는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지난 1월 감사원으로부터 부실이 적지 않다는 감사결과를 받은 데다 아라뱃길 사업 역시 당초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던 정부의 장담과 달리 물류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최근 정부가 활성화 방안 찾기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이들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사후검토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없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빈번하게 좌초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처럼 국책사업 실패에 대한 재발시스템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도 정부의 의지만으로 ‘일단 하고 보자’식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또 다른 갈등을 야기, 개발 사업을 지연 또는 중단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실패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지금보다 더 꼼꼼하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사후에도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朴 정부, 정책실명제·개발사업 평가시스템 도입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것이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와 ‘개발사업 평가시스템’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철저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먹구구식으로 대규모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막고 정책 책임자의 실명을 밝히는 정책실명제를 통해 과거처럼 무리하게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정부가 도입을 계획 중인 ‘개발사업 평가 시스템’은 국책사업의 실현 가능성·수용가능성·지역 여건 등을 종합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도로 개발 사업을 할 땐 예산타당성조사(예타)와 환경영향평가만으로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됐다. 그렇다 보니 대규모 재정이 투입됐는데도 정작 제 기능도 못하고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시설도 많아 정부가 지나치게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환경성 평가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실시해 평가 자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고당국자 정책실명제는 정책이 실패한 경우 최고 당국자에게 책임을 물어 국책사업 실패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지금까지는 타당성 평가가 잘못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개발 사업을 책임감 있게 진행하기가 구조상 어려웠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책임회피적인 태도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실한 국책사업 줄어들까?…“갈등 중재그룹도 만들어야”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책사업이 자주 파행을 겪은 것은 관련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령 대통령 공약으로 나온 사업은 사업 자체에 대한 타당성이 떨어지더라도 정치 논리에 의해 타당성이 있게 꾸며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새로 만들어질 제도 역시 긍정적이긴 하지만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시스템 외에도 국책사업 추진시 정부와 국민 간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는 기구도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책사업 특성상 해당 지역 주민과 이해의 상충 문제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은 사업 동력을 떨어뜨려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국토부는 개발을 주도하는 부처인 만큼 제도개선만으로 과거 방식을 한 번에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책사업관리법을 통해 국책 사업 전반을 평가하는 제3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중재기관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 때 갈등조정 기본관리법에 따라 갈등조정위원회가 생겼지만 현재는 거의 운용되지 않고 있다.

▶ 관련기사 ◀
☞ 역대 정부가 삽질(?)한 사업 살펴보니…
☞ “제2의 4대강사업 막는다”…국토부, 정책실명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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