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유동성 지원은 임시방편

  • 등록 2013-05-03 오전 7:00:00

    수정 2013-05-03 오전 7:00:00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1단계로 총 3000억원의 운전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한 입주기업은 6일부터 자금신청을 통해 금리 2% 수준으로 대출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지원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입주업체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원부자재 대금결제나 직원 월급 등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금전적 지원도 좋지만 입주업체들이 바라는 것은 공단의 재가동, 단 한가지다.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막혀 버리게 되면 기업들은 살 길이 막막해진다.

협력업체들의 손해 배상 청구 말고도 끊어진 거래처를 다시 확보하는 일이나 숙련된 노동력과 새로운 공장부지를 구하는 일 등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개성공단의 가치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산술적인 금액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미 피해는 구체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정상적인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원들에 대해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연간 매출액보다 많은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아놓은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도산의 무덤’으로 매일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업체 대표의 탄식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지난달 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시작된 개성공단 사태도 한 달이 됐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여당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관계는 언제 다시 화해모드로 돌아설지 장담할 수 없다. 벌써 이명박 정부에 이어 남북관계가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은 남북의 부담으로 남는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이웃한 일본의 아사히신문마저 ‘개성의 귀중한 등불을 끄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어떻게든 존속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개성공단의 존재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대치국면이 길어질수록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마침 북한이 문제 삼았던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연습(FE)이 지난달 말에 종료돼 커다란 걸림돌이 사라졌다. 정부가 북한과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 들여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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