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라는 기록적인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거둔 압승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투표율(41.2%)은 2002년 ‘이회창 대세론’때의 투표율 53%에도 한참 못미친 역대 최저다. 열세지역인 호남지역이 20%대에 머물렀고 서울 인천 경기 등 유권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투표율도 전국평균을 밑돌았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야당에서는 당장 “40%대의 경선투표율은 당원들조차 등을 돌린 경선”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압승에도 불구 저조한 투표율은 문제)
다른 네 난장이후보를 손쉽게 누르기는 했지만 박 후보의 앞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경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이 이제 완벽한 ‘박근혜당’이 된 점이 부담스럽다. 경선전부터 이미 친박 인사 일색으로 당이 짜여진 데다 박 후보의 언급에 대해서는 일체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통할 정도다. 이같은 절대권력자의 이미지는 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강점으로 인식되는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는 언제든지 ‘독선과 아집’으로 비쳐질 수 있다.
(유연, 투명함과 포용력을 갖춰야 )
정수장학회 등에서도 날카로워질 검증의 칼날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고 뚜렷하게 소신을 밝혀야 한다.
5년 전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였을 정도로 우직했다. 그것이 지금의 박 후보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부터 필요한 건 유연함이다. 박 후보가 달라지고 덩달아 새누리당도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연말의 본선에서도 희소식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