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인적 쇄신으로 조직 재정비…재계 인사 폭 커진다

[재계 인사 시즌 돌입]
삼성, 반도체 사업부장들 물갈이 관측
SK, 계열사 임원 20% 감축설 돌아
현대차, 대대적 변화보다 내실 추구
LG, 2인 체제 부회장단 변화 촉각
이재용 '조기 인사' '신상필벌' 의지
재계 전반에 영향 미칠지 주목
  • 등록 2024-11-04 오전 5:30:00

    수정 2024-11-04 오전 5:58:19

[이데일리 김소연 하지나 김응열 기자] 삼성그룹이 통상 12월 초께 했던 사장단·임원 인사를 11월 중으로 앞당기는 것은 조기 인사를 통해 뒤숭숭한 조직을 다잡기 위한 의지가 깔려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루라도 빨리 ‘새 출발’에 나설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와 조직개편의 폭 역시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먼저 불을 지피면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 대대적 조기 인사 통한 조직 다잡기 의중

이번달 인사 태풍의 중심에는 삼성전자(005930) DS(반도체)부문이 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2020년 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2021년 말 각각 선임됐다. 이들은 사업부장을 맡은 지 3~4년이 흘렀으나, 아직 뚜렷한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산하의 3개 주요 사업부 수장들이 대거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다른 고위 인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낸 이례적인 사과문을 통해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 신상필벌의 인사 원칙을 사장급부터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대목이다. 이와 연동해 임원 승진 규모 역시 줄일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이 이미 DS부문 소속 임원들과 토론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조기 인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다만 DX(완제품)부문은 DS부문과 상황이 약간 다르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에서 확연하게 반등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측면도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플래그십 완제품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MX사업부는 ‘갤럭시 AI’의 성공을 통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중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임원들의 임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철저하게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SK ‘20% 임원 감축설’…현대차·LG ‘안정’ 무게

전방위적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룹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다음달 초께 예정돼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하면 그룹 내 대부분 계열사들의 사업 실적이 부진하다. 희망퇴직을 단행한 SK온, 퇴직 격려금을 3억원으로 올려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SK텔레콤(017670) 등은 임원 수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20% 안팎의 임원 감축설까지 돌고 있다.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 잣대를 더 철저하게 들이밀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재계에서는 앞서 진행한 SK에코플랜트와 SK이노베이션(096770) 인사를 통해 추후 방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새로 교체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명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올해 인사 기조는 기술·현장이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열린 CEO세미나에서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I)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며 “운영개선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대대적인 변화보다 안정을 기하는 쪽으로 인사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와 같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252명)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취임 4년 차를 맞는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 그동안 임원 교체가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수요 둔화를 겪고 있다”며 “미국 대선에 따른 대미 수출 등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안정적인 위기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LG그룹은 이번달 말 임원 인사를 할 예정이다. LG그룹은 현재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051910) 부회장의 2인 체제인 부회장단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부에서는 조주완 LG전자(066570)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로 혁신 의지 보여야…엔지니어 대우 필요”

전문가들은 주요 그룹들이 대내외적 상황이 어려운 만큼 조기 인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조직 다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상필벌 기조의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명확하게 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의 현재 상황은 그 자체로 조직을 변혁시킬 기회”라며 “이번 연말 인사로서 대대적인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의 대대적인 인사 조치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물갈이 인사에 나설 수 있다”고 했고,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시라도 빠르게)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AI 시대 들어 기술 인재가 우대받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적지 않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대우할 필요가 있다”며 “사장보다 연봉이 높은 엔지니어를 키운다면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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