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②황창규 회장은 KT식 황의 법칙 만들었을까?

  • 등록 2017-01-17 오전 1:30:46

    수정 2017-01-17 오전 8:23:16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메모리 집적도가 1년에 두배씩 증가할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삼성전자 사장 당시인 201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 총회 기조연설에서 주창한 반도체 신성장 이론이다. 업계는 반신반의했지만 그가 총괄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혁신적인 기술진화를 거듭하면서‘황의 법칙’을 입증하고 세계 일등 신화를 일궜다.

하지만 황 회장이 KT(030200) CEO가 된 뒤 ‘통신판 황의 법칙’을 만들었느냐는 ‘아직은’ 아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도 그렇지만 강력한 정부 규제를 받는 통신의 속성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취임했을 때 KT는 이석채 전 회장이 뽑은 낙하산 임원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황 회장 역시 광고나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일부 정부 추천 인사를 뽑았지만 숫자 면에서 훨씬 적다.

그래서 조직내 내분 문제 봉합과 무너진 통신경쟁력 회복에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통신을 모른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26년간 KT에서 근무하다 퇴직해 충남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임헌문 씨를 찾아가 KT 복귀를 요청했다. 임 씨는 부사장을 거쳐 Mass 총괄사장이 됐다.

경쟁사 대비 방대한 인력규모와 공기업 문화도 고민이었다. 황 회장은 취임 첫해 8300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했지만 KT의 인력(본사기준, 계약직 포함)은 2만3605명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6037명)나 LG유플러스(8113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통신 업계 원로는 “지난해 KT가 3분기 누적기준으로 1.2조 이상 영업익을 낸 것은 단통법 효과에 따른 무선 수익 증가와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축소, IPTV 대세 굳히기, 기가 인터넷과 보안이나 에너지관리 등 신산업 개척 등의 성과”라면서도 “무엇보다 잘한 일은 큰 사고 없이 조직의 비전 공유와 융합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황 회장은 올해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혁신기술 1등’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16일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를 강화했다. 융합기술원 산하 서비스연구소에 AI 전략수립 및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AI테크센터’는 KT 각 부서에 산재해 있던 AI 관련 기능을 통합해 AI 사업모델 개발 및 서비스 상용화를 맡는다.

해외사업 개발을 위해 글로벌사업추진실 산하에 ‘글로벌사업개발단’도 새롭게 선보였다.

황 회장은 신년사에서 “3년 전 KT는 하나만 더 잘못돼도 미래가 없을 정도로 위기였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기업으로 변화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혁신기술 1등 기업’처럼 새로운 미래를 여는 2017년을 만들자”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황 회장의 이름에 비해 다소 평이한, 기본기를 다지는 3년 이었다면 올해는 혁신기술로 무장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채 전 회장은 공채출신인 ‘원래 KT’들은 무시하고 브리티시텔레콤(BT) 출신 3인방만 우대했던 폐쇄성 논란이 있었으나, 취임 첫 해 KT-KTF 합병(2009년 6월1일)과 같은 해 애플 아이폰 국내 첫 도입(2009년 11월), 금호렌터카 인수(2010년 4월), BC카드 지분 인수(2011년 2월 10일) 등의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2일 아침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East 사옥에서 황창규 회장이 새해 첫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떡, 과일로 구성된 응원선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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