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명사의서가결산]② "많이 팔린 책보다 오래 읽는 책"

이데일리 연재 '2016 명사의서가' 돌아보니
-옛것에서 찾는 지혜
'대학' '논어집주' 등 변치않는 고전
'금강경'으로 마음 다스리기도
-헌것 버리고 미래 개척
'핀테크 전쟁' 서 금융변화 진단
'디지로그'로 변화 원칙 세워
  • 등록 2016-12-26 오전 5:03:00

    수정 2016-12-26 오후 3:01:54

이데일리는 올해 ‘명사의서가’를 통해 42명의 서가 속 양서 151권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이신범LPG산업협회장이 추천한 ‘대학’,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논어집주’,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의 ‘금강경’,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핀테크 전쟁’,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디지로그’, 여러 명사가 동시에 추천한 ‘사피엔스’(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명사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쁜 업무와 숱한 회의, 만남 속에서도 독서를 통해 재충전하고 미래에 관한 통찰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관심 분야를 가지고 책을 읽고 이들 중 특별한 책을 골라 주변의 지인에게 추천하는 일을 좋아했다.

올해 이데일리에서 연재한 ‘명사의서가’ 코너는 지난 1월 6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난 12월 21일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까지 총 42명의 명사가 꼽은 인생에 지침이 된 책,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책 151종을 소개했다. 이들이 뽑은 책 중에는 시중에서 많이 팔린 책도 있었지만 명사 자신들만의 감식안으로 골라낸 양서가 대다수였다. 명사들은 한결같이 “좋은 책을 골라 오래 곱씹으며 읽을수록 독서의 효과는 배가된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책에서 해답을 찾는다”고 말했다.

◇삶의 지침은 역시 ‘고전’

명사가 추천한 책 가운데는 수백년, 수천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인생의 지혜와 철학을 일깨워주는 ‘고전’이 적지 않았다. 이신범 LPG산업협회장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을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대학’의 첫 구절은 학문을 하는 궁극의 목적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백성을 가까이하고 새롭게 함에 있으며 세상을 아름다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데 있다’로 시작한다”며 “그 옛날 쓴 글이라고 하기엔 아주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논어집주’를 수시로 읽으며 인생의 중심을 잡는다고 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7세기 중반 중국의 오긍이 쓴 ‘정관정요’를 애독서로 꼽았다. 송병락 자유와창의연구원장은 미군 통역장교로 군생활을 하던 20대에 ‘손자병볍’을 읽고 “앞으로 제대로 살기 위해선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또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매일 곱씹으며 버텨냈다”고 고백했다. 검사 출신의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도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을 꼽았다. 함 대표는 특히 법조계 후배에게 ‘금강경’을 많이 추천한다며 “검사는 물론 모든 법을 다루는 사람은 정의로워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가 연재한 ‘명사의서가’에 나선 명사들 중 조용병(왼쪽부터) 신한은행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사진=이데일리DB).


◇미래에 대한 전망 ‘책’에서 찾는다

IT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류의 거대한 변화는 명사의 공통적인 관심사였다. 시대 변화의 최전선에서 남들보다 앞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리더’로선 당연한 일이다. 그 때문인지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추천하는 명사도 상당히 많았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디지털 키오스크’라는 무인점포를 선보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브렛 킹의 ‘핀테크 전쟁’을 읽고 핀테크가 가져올 미래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사장은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과학과 인간의 미래’를 주변에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과학 발전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 인간은 과학발전을 어떻게 통제하고 이용해야 할 건가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여 읽을수록 깊이가 살아나는 명저”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를 추천하며 “이미 10년 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하는 개념을 끌어냈다”며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사람의 감성(아날로그)과 급격한 기술(디지털)발전에 따른 변화, 모두를 품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인류학자 하라리, 다이아몬드 등 인기

명사가 추천한 책 가운데는 더러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지능의 출현을 앞둔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이 이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박 이사장은 “영생불사를 실현하려는 사피엔스가 ‘신이 된 동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과연 인류는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관해 생각할 여지를 안겼다”고 ‘사피엔스’를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명사가 꼽은 인기 저자였다. 오준 전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다이아몬드의 대표작인 ‘총 균 쇠’를, 주영섭 중기청장은 ‘나와 세계’를, 조장옥 한국경제학회회장은 ‘문명의 붕괴’ 등을 양서로 꼽았다.

이외에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권선택 대전시장은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책을 읽으면 과거의 나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며 “심리학적으로 해석했던 행복을 진화론적 시각으로 본 책으로 우리가 몰랐던 행복의 진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행복은 삶의 최종 이유도 목적도 아닌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막연하게 짐작했던 행복에 관한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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