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FX사업, 목표와 절차부터 잘못됐다

  • 등록 2015-10-08 오전 3:00:00

    수정 2015-10-08 오전 3:00:00

창군 이래 최대의 무기도입 사업이라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핵심기술 제공을 불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14년을 끌어온 18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이 중대 기로에 선 셈이다.

한국형 전투기. [그래픽=한국항공우주산업]
이번 사태는 현행 무기도입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대내외 여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만 최선의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으나 과욕을 앞세운 무리한 판단과 부적절한 절차가 어우러져 초래한 결과다. 전투기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없으면서도 10년 만에 계획을 마치겠다는 목표 자체가 무리였다. 방위사업청이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의 핵심기술 이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했다는 점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값비싼 F35를 대상 기종으로 점찍은 뒤 절차를 억지로 갖다 맞춘 듯한 느낌이다. F35가 첨단이긴 하지만 우리 여건에 너무 과도한 사양인 데다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셈이다. 더구나 F16이 노후화되지도 않았는데 KFX사업을 서둘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KFX에 앞서 추진한 KFP사업의 경우에도 값비싼 F18 기종을 선택했다가 F16으로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현실을 고려치 않고 값비싼 첨단무기에만 집착하는 군의 욕심과 부적절한 절차가 어우러져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방산 잡음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것은 시스템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때다. 록히드마틴에는 계약 이행을 요구하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애당초 시작에서부터 착오가 있었던 마당에 억지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기종 교체가 시급하다 해도 다른 방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서두를수록 일이 꼬이기 마련이라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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