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구급차나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는 차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적극 부과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동안 응급구호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데도 일부러 꿈지럭대며 차선을 양보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 목숨이 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자기 입장만을 내세워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는 것만큼 위험한 태도도 없다.
이를 위해 모든 구조·구급·소방 차량에 증거 수집용 블랙박스를 설치할 것이라는 게 국민안전처의 계획이다. 이렇게 얻은 증거를 토대로 양보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의 번호를 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만사가 허사가 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응급구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을 마련하고도 당장 과태료 부과가 엄정하게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안전처 내부의 견해가 미리부터 대두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령의 양보의무 위반 기준이 심각한 진로방해를 가릴 만큼 명확하지 않은 탓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껏 이토록 애매한 법령을 갖고 응급구호 차량을 출동시켜 왔다는 것인지 되묻고자 한다.
양보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기로 한 것이 ‘비정상화의 정상화’ 과제의 하나라고 하지만 여태껏 이런 조항을 그대로 유지해 온 자체가 개혁 대상이다. 이처럼 안이한 태도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과태료 금액도 현행 4만∼6만원 정도라니, 이 수준으로는 양보에 둔감한 얌체 의식을 다스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응급차량이 정말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만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에 늦은 연예인들을 공연장에 태워가는 용도로 동원됐던 과거의 그릇된 관행이 다시 벌어진다면 과태료를 걷겠다는 명분도 옹색해질 뿐이다. 소방차의 화재 현장 접근을 가로막는 소방도로 주차행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마땅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