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지성 두 사람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문제 삼고 나서서 화제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일본 역사학계 ‘행동하는 지식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교대 명예교수가 그들이다. 마침 같은 이름을 쓰는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의 ‘무한사죄론’을 펴며 아베 총리를 질타해 듣는 이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무라카미 작가는 최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 인식은 매우 중요하기에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에서도 독자층이 두꺼운 그는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큰 줄거리는 사실”이라며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와다 교수는 지난주말 성균관대 강연에서 “가해국과 피해국이 과거를 뛰어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가해국 사죄가 우선 필요하다는 것은 더할 나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 아베 총리.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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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이들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아베 총리의 ‘역사 지우기’를 통렬히 꾸짖는 ‘양심’이 적지 않다. 일본이 한국 및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으로 풀이 죽은 일본 국민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한국인과 중국인 자존심에 생채기 내는 일에 열을 올릴 뿐이다.
아베 총리가 이미 충분히 사죄했다는 주장부터가 그렇다. 마지못해 사죄 한 번 하고 두 번, 세 번 엉터리 생색이나 내는 게 무슨 사죄인가. 일본이 거액을 들여 전 세계에 홍보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한강의 기적은 일본 덕’이라는 망언에는 기가 찰 뿐이다.
두 하루키 의 지적처럼 사죄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성립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아베 총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그리고 오는 8월 15일 패전 70주년 기념일 담화에서 식민 지배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