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가 재혼에 성공하려면

  • 등록 2012-09-04 오전 6:08:46

    수정 2012-09-04 오전 6:08:4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년 7개월 만에 방송통신 출입처로 돌아왔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 감회도 잠시, 여전히 물고 뜯는 전쟁 상황에 적잖이 놀랐다.

접시가 없는 위성방송을 허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KT(030200) 그룹과 KT를 제외한 다른 방송통신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의 종일 방송 허용 여부를 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업계가 다투고 있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월트 디즈니 같은 콘텐츠 그룹을 키우자는 방송법 시행령의 규제 완화도 삼성과 CJ(001040) 그룹의 힘겨루기 속에서 연내 처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업계가 전쟁터로 변한 것은 이 분야의 정책 규제기관을 자처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책임이 크다.

방송과 통신, 인터넷 분야를 포괄하는 융합정책기구로서 출발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융합사업법은 물론 통합 방송법조차 만들지 못했다.

KT 그룹의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Dish Convergence Solution)를 보자. 이 서비스는 각 가정에 스카이라이프 안테나를 다는 대신, KT 전화국에서 위성신호를 받아 인터넷망으로 각 가정에 전달한다.

전송방식을 기준으로 방송 역무를 구분한 지금의 방송법에선 DCS는 위성방송의 허가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 분명하다.

하지만 방송신호가 어떤 망을 통해 전달되는 가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접시를 다는 비용을 줄여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도 있다.

DCS를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허용한다면 KT 그룹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것이란 업계의 위기감은 설득력 있다. KT 그룹은 국내 최대의 전국통신망 사업자이자, IPTV와 위성방송이란 전국 방송사업권 두 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을 포괄하는 융합사업법을 통해 DCS 같은 신기술 서비스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옳았다.

그러나 방통위의 정책은 여전히 통신 따로 방송 따로다. 심지어 위성방송은 케이블TV나 IPTV와 경쟁하지만,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에는 속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을 내버려 두고 있다.

‘최시중 트라우마’로 대표되는 정치 과잉에다 현안 대응에 급급하다 보니, 통신정책을 담당했던 옛 정보통신부나 방송정책을 맡았던 옛 방송위원회를 넘어서는 융합정책의 큰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방통위는 다시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기)’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스마트 생태계에서는 ICT 통합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해되는 말이다. 하지만, 방송과 결혼에 실패했다고 자식은 내팽겨둔 채 ‘딴살림 차릴 생각부터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실패한 이혼남이 재혼에 성공하려면 초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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