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라도 잠깐, 인하 가능" vs "물가 아직 불안"

[선제적 금리인하 논쟁②]
유혜미 한양대 교수·장민 금융연 선임연구위원 지상좌담
유혜미 "물가 생각하면 금리 3분기 인하 가능성 열어야"
장민 "1분기 깜짝 성장했는데 '내수 부진'은 모순…연말께 내려야"
  • 등록 2024-06-24 오전 5:00:00

    수정 2024-06-24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올해 들어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금리 인하가 시작됐다. 일부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물가상승률이나 전망치가 높은 데도 금리를 내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 우려 등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먼저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연준을 마냥 기다렸다가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가 최근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와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지상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내 경제상황만 고려하면 상반기에 금리를 내렸거나 3분기께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보나?


△(유혜미) 상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3분기께 금리 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본다. 고금리를 유지하는 명분은 물가안정이다. 농산물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5월 2.0%를 찍었을 정도로 물가상승률은 기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다.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하는 것은 지나친 긴축을 유발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소비, 투자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최소 1년 걸리기 때문에 금리를 3분기에 낮춰도 통화정책은 긴축적이라 물가상승률은 계속 하락할 것이다.

△(장민) 연말로 갈수록 금리를 내릴 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점진적으로 내려야 할 것이다. 금리를 선제적으로 빨리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분기 경제가 깜짝 성장을 했고 물가도 아직 불확실하다. 근원물가만 보면 상당히 안정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없는 것 같다. 금리 정책은 수요를 줄여 물가를 잡는 것이니까 이런 측면에서 금리 인하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 물가는 농산물, 국제유가 등 공급 측면에서 많이 움직였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은 쌓여 있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유혜미) 경기가 안 좋아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빠지고 있다. 경기가 위축된 정도를 보면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높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다만 코로나19 초반때처럼 금리를 급격하게 내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금리 대응 엑시트 플랜(Exit Plan)으로 금리를 중립수준으로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장민) 금리를 내리기 위해선 유가, 환율,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한 외부 요인이 상당 부분 없어져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로 계속 가는 게 어느 정도는 보여야 할 것이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으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2%로 간다고 전망하는데 전망 경로대로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물가가 안정되면 내수 부문을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될 것 같다. 또 미국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가 나온다면 우리가 미국보다 한두 달 더 빨리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금리 인하의 근거로 ‘내수 부진’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정정책은 긴축적인데 내수 부진을 해결하는 정책으로 금리 인하가 더 적합한가?

△(유혜미) 재정정책은 정부가 수요를 끌어올려서 유효 수요를 창출하게 하는 것인데 그 효과가 직접적이고 바로 나타난다. 문제는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그럴 경우 민간 부문을 구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재정정책은 경기 침체로 출구가 안 보일 때 써야 한다.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 갑자기 재정정책을 확 끌어올리면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반면 금리를 인하해 내수를 살린다는 것은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온기를 돌게 하는 것인데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장민) ‘내수가 어렵다’는 게 약간은 모순이다. 1분기 깜짝 성장하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내수가 어려우니까 금리를 내리라고 한다. 내수 전반이 어렵다기보다는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를 내려서 내수를 살릴 수도 있지만 한 번, 두 번 내려서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금리를 내리는 목적이 가계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면 재정정책도 타깃팅해서 할 수 있다. 자영업자 등 부채 부담이 큰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재정을 지원해주고 어느 정도 내수가 살아나게끔 유도하는 것은 가능하겠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연 1.75%였던 수준으로 내려가 있다. 금리를 한 두 번 내린다고 내수가 살아날까?

△(유혜미) 확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과 내수가 양극화돼 있는데 수출 경기가 좋으면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이 결국 수출기업에 고용돼 있는 사람들의 소득으로 가고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내수로 온기가 퍼지게 돼 있다. 단순하게 금리 인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수출 경기 호조가 내수로 확대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민)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도 조금 더 내려갈 것이다. 금리를 한 두 번 내리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일방향으로 쭉 내려간다면 대출금리도 그 방향으로 내려갈 것이지만 (금리를 쭉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살펴봐야 할 부분은 취약계층에 대한 신용 스프레드가 높다는 점이다. 가령 은행채 금리가 3%인데 신용도가 나쁘면 가산금리가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한 두 번 내린다고 갑자기 금리 부담이 확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은에선 금리 인하와 관련 ‘천천히 서두르자’고 말한다. 금리 인하시 부작용은 없을까?


△(유혜미) 금리 인하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다. 금리를 인하해도 긴축 수준의 정도가 완화되는 것이지, 여전히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유지된다. 금리를 인하할 때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이 아니라는 굉장히 강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 한번 인하를 하고 물가가 다시 끌어올려 지는지,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 후 속도조절’을 중요한 정책 툴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우려점은 가계부채다. 부동산 가격 심리가 중요한 데 금리 정책만 갖고 대응할 수 없다. 건설비용이 높아지고 주택 착공 건수가 줄어드는 등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실시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세대출 등 DSR 예외를 적용받는 대출이 절반 이상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을 강화하고 전세대출 등을 DSR 규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병행해야지, 가계부채 증가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오롯이 금리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

△(장민) 모든 상황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렸을 때는 환율이 오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가 다시 올라가서 공급 측면의 물가 부담이 높아진다.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가 잘못돼서 다시 올라가면 금리 정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없지 않느냐. 정책 여력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부실 기업이 금리 인하로 버티게 된다면 이것도 부작용이다.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연준의 금리 인하, 환율 등의 변수를 얼마나 고려해야 할까?

△(유혜미) 물가 안정을 얼마나 확신하느냐는 환율과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라도 환율 상승을 감당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보다 원·환율이 20원 가량 올랐다. ECB 금리 인하 등이 유로화 약세로 나타났고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이 다시 한 번 1400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계속 머물지 않고 잠깐 찍었다가 내려오는 정도는 감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이럴 때 이스라엘·이란간 분쟁이라든지, 국제유가가 뛴다든지,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지 하는 등의 이슈만 없으면 괜찮다. 환율만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정도면 3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장민)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 와 있는데 문제는 수준이 아니라 변동성이다. 금리를 낮춰서 환율이 얼마나 올라가느냐보다는 얼마나 변동성을 증폭시킬 것이냐의 문제다. 미국이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환율이 높더라도 그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 언젠가는 전기비 상승률이 제로가 된다. 그래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문제다.

-한은의 금리 인하기가 시작되면 금리를 얼마나 내릴 수 있을까?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최근에 우리나라 중립금리를 1.8~3.3%로 추정했다. 이전 2~3%보다 범위가 넓어졌다.

△(유혜미) 금리가 긴축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느냐다. 수요가 눌리면 물가가 떨어질 것이고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하락하니까 현재 금리가 긴축적인 수준인 것이고 중립금리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금리를 한 단계 낮춘 다음에도 물가가 떨어지는 지 볼 필요가 있다. 중립금리가 1.8~3.3%라고 하면 3.3%가 오른쪽 끝에 있기 때문에 3.3%를 중립금리로 볼 가능성은 없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낮춰도 여전히 긴축적일 것이다. 고령화 등으로 중립금리가 더 낮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서 그 후에 금리를 얼마나 더 낮추느냐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다.

△(장민) 과거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과거보다는 한 단계 높은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기준금리가 2.5%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밑으로는 잘 모르겠다. 경기가 많이 안 좋다면 그 밑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물가목표치가 2%라고 하면 금리가 2%를 돼야 한다. 그래야 실질금리가 제로가 되는데 이보다는 높아야 할 것이니까 2.5%가 최대한 내릴 수 있는 하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통화정책은 ‘전망’을 기반으로 ‘포워드 룩킹(Forward looking)’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한은이 포워드 룩킹과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ant)’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유혜미) 어려운 부분이다. 항상 경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한다. 지금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듯이 한 발자국 가고 이게 맞는지 확인하고 또 다시 가는 식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서 데이터 디펜던트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포워드 룩킹한 것을 포기해서 지나치게 비용을 치르지 않아야 한다.

△(장민) 미국도 (포워드 룩킹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전망으로 미래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다. 데이터를 보면서 계속 시장에 수정된 전망을 알려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전망이 바뀌었으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기대도 바꿔줘야 한다. 불확실할수록 커뮤니케이션의 빈도를 높여야 한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높아지면 변동폭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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