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넘어져 수술 후 사망한 군인…法 "순직 인정"

유족 "공무상 재해로 사망…유족연금 달라"
국방부 "인과관계 인정 못해…미지급 처분"
法 "근무중 외상으로 뇌경색…인과관계 인정"
  • 등록 2023-11-26 오전 9:00:00

    수정 2023-11-26 오전 9: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해군 함대에서 근무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목 부위에 상당한 충격을 당한 뒤 사망한 해군 원사 A씨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국방부는 A씨가 사고 이전부터 앓고 있던 추간판탈출증을 사망의 원인으로 보고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계단사고와 사망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숨진 원사 A씨의 배우자(원고)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지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1995년 해군 하사로 임관한 A씨는 2013년 10월 원사로 진급했고 2019년부터 해군 제2함대에서 근무했다. A씨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추간판탈출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왔으며 고질적인 뒷목통증이 있었다. 2020년 2월 9일 당직근무 중이던 A씨는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디며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목통증이 도졌고 손가락 저림 증세도 나타났다. 결국 같은 달 25일 추간판탈출증 관련 인공 디스크 치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나흘만에 뇌경색이 발생해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고 2020년 3월 14일 사망했다.

원고는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국방부에 유족연금을 청구했지만 국방부는 ‘A씨의 사망과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군인재해보상심의회 의결에 따라 유족연급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는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인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뜻한다.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A씨의 근무내역과 진료 이력, 진단서 등이 제시됐고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당직 근무 중 발생한 외상에 의한 동맥박리가 뇌경색을 일으켰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사망진단서 및 법원 감정의 소견 등을 종합해보면 A씨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목에 상당한 충격을 받는 사고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했고 그 결과 A씨가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A씨에게 발생한 뇌경색이 추간판탈출증의 악화로 인한 것이며 추간판탈출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유족연금 미지급 처분을 했다”며 “(사망의 원인이 된) 뇌경색은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계단 사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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