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초단기 근로자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1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세부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근로자는 169만 1000명으로 1년 전(157만 1000명)보다 12만명(7.6%)증가했다. 사상 최대였던 한 달전(179만6000명)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10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내년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고용 시장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초단기 근로자를 포용하는 고용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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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근로자는 고용 환경이 열악한 숙박·음식점업에서 가장 많이 늘어 고용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분야의 초단기 근로자는 19만 8000명으로 1년 전(14만 6000명)보다 5만 2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급격하게 줄었던 숙박·음식점업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후 일손이 많이 필요해지면서 피크타임 중심으로 짧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의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15만 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신규 채용 3명 중 1명은 초단기 근로 형태였던 셈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달 60세 이상 초단기 근로자는 1년 전보다 6만 1000명 늘어난 89만 6000명으로, 전체 초단기 근로자의 53.0%에 달했다.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분야에만 초단기 근로자가 50만명이나 돼 전체 초단기 근로자의 29.6%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 분야는 한 달 30시간 일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다수 포진해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단기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측면보단 고용의 질이 악화된 측면이 더 크다고 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
‘쪼개기 고용’에 단시간 일자리 늘어
초단기 근로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포괄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현재는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이 되지 않으면 주휴수당, 퇴직금 지급 등의 적용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이같은 적용, 배제 방식은 불합리하다”며 “근로시간에 비례한 차등 적용 방식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초단기 근로자들에게도 주휴와 연휴, 퇴직급여와 고용보험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고용보험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초단기 근로자의 가입도 의무화됐지만 주휴와 연휴, 퇴직급여 적용에는 여전히 배제돼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행법상으로는 초단기 근로 일자리를 여러 개 해서 사실상으론 전일제 근로자처럼 일하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에서는 완전히 배제된다”며 “현재 주 15시간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차등 적용은 문제가 있으며,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영범 교수는 “현재는 고용 시스템의 모든 기준이 주 5일, 전일제 근무를 하는 사람에 맞춰져 있다”며 “단기 근로자들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고용안전망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고용주 입장까지 고려해 고용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려면 전일제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의 조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지연 KDI 부연구위원은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는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노동 형태가 변화하는 측면과 고용의 질이 악화하는 측면이 양립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근로시간 15시간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 제도의 적용·배제를 나눠왔지만, 초단기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민 고용보험이 소득을 기반으로 하듯 다른 고용안전망 제도도 손봐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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