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화가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17% 가까이 급락하면서 달러화(15%) 오른 것보다 더 많이 급락하자 환율 급등에는 외환당국의 정책 실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당국 수장들이 애매 모호하고 안일한 메시지를 준 탓에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몇 달째 수시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와 각종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환율 급등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녹음기 틀어대듯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외환당국 수장들은 환율 급등이 글로벌 달러 강세 탓이고 다른 통화들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외환위기가 안 올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한다. 이중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냄으로써 도대체 당국이 환율 급등세를 꺾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 혼선이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300원, 1350원 지지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추 부총리는 “환율 1300원대 자체가 경제 위기 징표는 아니다,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가치도 내려가고 있어 위기 징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에선 지난 주 금요일 외국환 은행들에 달러 거래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포지션을 매시간 보고해달라며 달러 매수 거래를 관리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외환당국이 가진 패가 별로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대한 재원과 의지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줘도 모자랄 판인데 이도 저도 아닌 ‘아마추어’ 행보는 그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