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아껴서 30대에 은퇴한다고? 요즘 대세 ‘파이어족’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꿈꾸던 삶을 사는 이들
"결혼자금, 내 집 마련, 양육비 때문에 사라질 내 30대 아까워...”
  • 등록 2019-11-09 오전 12:30:28

    수정 2019-11-09 오전 12:30:28

(사진=이미지투데이)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족(YOLO, You Only Live Once)족과 반대개념인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뜨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파이어족 열풍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그들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나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라 온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감과 회의감, 높은 청년 실업률, 업무 불만족도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국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선 조기 은퇴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평균 연봉 9만 6,678달러(한화 약 1억 1000만 원)을 버는 변호사 실비아 홀은 11평짜리 소형 아파트에 살며 한 달 식비로 75달러(한화 약 8만 4000원)를 지출하는 절약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하며 극도의 자린고비 생활을 강행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생활비를 악착같이 아끼기 위해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는가 하면 내 집 마련보단 작은 전셋집에 살면서 오래된 차를 탄다. 유통기한 직전의 떨이 식품을 할인가로 구매해 식료품비용을 줄이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며 각종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쓰는 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길

욜로와 반대인 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철저히 희생한다. 직장인 정승재(29,가명)씨는 “은퇴 이후의 삶이 기대가 된다"며 "인생에 한번 뿐인 30대를 미래만 대비하다 늙어버리고 싶지 않다”며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파이어족인 김수혁(35,가명)씨 역시 “젊을 때 하는 것은 뭐든지 재미있는 것 같다. 노는 것도 젊을 때 노는 게 더 재밌듯이 일도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며 "젊을 때 고생을 좀 더 하고 남보다 더 젊을 때 재미있게 놀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은 노후자금과 근검절약이다. 은퇴 후엔 확실한 수입원이 없다보니 매우 체계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계획에는 현재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발생하는 비용까지 충분히 계산해야 한다. 미국 파이어족들의 평균 노후자금 목표 금액은 약 11억 원~22억 원 정도이다. 이 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연 5~6% 수익금을 노후 생활비로 사용한다. 때문에 그들은 젊은 시절부터 경제공부 및 금융시장동향에 관심이 많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파이어족에게 물었다

직장인인 전민철(35,가명)씨는 파이어족이다. 그는 지금 모은 돈도 적지 않지만 남들보다 더 검소하게 살고 있다. 마음껏 돈을 쓰지 못해 어려웠던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가끔은 좋은 차도 사고 싶고 좋은 옷도 입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은퇴하는 나이가 더 늦어진다”며 “기력이 없는 나이에 은퇴를 하거나 은퇴 후 돈이 없는 상상을 하면 절약한 마음이 다시 생긴다”고 밝혔다.

목표한 금액이 있냐는 질문에는 “금액을 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은퇴해서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다”며 “매달 생활비가 가능한 수준의 원룸이나 상가주택을 짓는 것이 목표”로 내년이 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도 이미 정해놓았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각 도시마다 한 달 살기를 하고 집은 바닷가 근처로 잡아 순수문학을 쓰는 데 매진하는 것이 전민철 씨의 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파이어족을 고민하는 2030 세대에게 “파이어족 15년차로써 느낀 점이 있다면 세상에 편하게 돈 버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며 “무언가를 얻어야하면 무언가를 잃어야하는 것이 인생이니 조기 은퇴를 위해 나 또한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돈을 모으는 동안은 힘들더라도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한 희생을 두려워말라고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파이어족, Yes? No?

전문가들은 무작정 파이어족을 따라하려고 하기 보다는 사람마다 처한 경제적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개인에게 맞는 인생설계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은퇴 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수익에 너무 의존할 경우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소득 직종이 아닌 이상 절약 통한 경제적 자립은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마다않는 욜로족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파이어족. 분명한 것은 양측 모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파이어족의 증가가 한국에서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써 자리 잡을 것인지 혹은 불안한 경제 상황을 이겨내고 싶은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트렌드에 지나지 않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스냅타임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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