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문섭 ‘목신’(사진=블루메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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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나무를 보고 상상하는 것으로 나는 일을 시작한다. 나무가 가장 나무처럼 될 때와 나무가 나무에서 벗어날 때 작업에 힘이 넘친다.”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선구자로 세계에 한국조각의 감수성을 알렸다고 평가받는 조각가 심문섭(74). 그는 ‘자연’으로 작품을 관통한다. ‘스스로자(自) 그러할 연(然)’이란 의미 그대로다. 그 철학에 부합하는 재료는 나무였다. 날것 그대로의 물성을 지닌 채 인간과 무척 닮았다는 상징성까지 뽑아내기에 그만이었다.
‘나무의 정신’을 뜻하는 ‘목신’(木神·1981)은 작가를 가장 그답게 한 연작 중 한 점. 덜 다듬은 듯 최소한의 손질로, 저항 없이 인간과 섞일 수 있다고 믿는 나무의 정수를 뽑아 곧추세웠다. 비로소 인간과 나무가 접목했다.
내달 5일까지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 블루메갤러리서 여는 기획전 ‘나무와 만나다’에서 볼 수 있다. 나무. 170×92×62㎝. 작가 소장. 블루메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