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①황창규 KT 회장 연임전 막전 막후

CEO추천위, 신중한 심사 모드
최순실 게이트 여파 있지만 피해자로 인식
좋은 경영 실적에 미래 비전 점수도
연임이후가 더 걱정..낙하산 사장 종식해야
  • 등록 2017-01-17 오전 1:29:31

    수정 2017-01-17 오전 8:23:42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KT CE0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가 16일 오후 3시 회의를 열고 황창규(64) 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정하지 못했다.

일부 추천위원들이 제출된 서류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논의를 요구한 이유에서다

추천위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황 회장이 지난 6일 연임 의사를 공식화한 뒤 벌어지고 있는 정국 상황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차은택 공판 증인으로 황 회장 출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증인으로, 차은택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요청받았다.

그러나 KT(030200) 안팎에선 ‘시기’가 추천위 결정에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황 회장이 출석하더라도 새로 드러날만 한 사실이 거의 없는데다 늦은 결정이 경영에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회사 KT에서 3년 임기만으론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고, 빨랫줄 통신이 아니라 지능형 통신망에 기반한 글로벌 플랫폼 전쟁에 대비하려면 황 회장외에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이 더 크게작용하고 있다.

황 회장이 재임기간 보여준 경영실적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황창규 회장 취임 전후 3분기 누적 KT매출 추이 (출처: KT 분기 보고서, 단위 : 억원)
▲황창규 회장 취임 전후 3분기 누적 KT 영업익 추이(출처 : KT 분기 보고서, 단위 : 억원)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CEO들 역시 임기가 있지만 재벌 오너라는 확실한 주인이 있는 반면,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지분 10.62% 보유)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때문에 KT는 CEO가 바뀔 때마다 주요 임원들이 갈리고 경영 기조가 흔들리는 걸 반복해왔다.

이런 이유로 KT를 아끼는 사람들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황 회장의 연임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10월 26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급변하는 정국에서 주저했다. 연임을 시도했다 1년, 1년 반 만에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정에 섰던 남중수 전 사장이나 이석채 전 회장의 악몽때문이다. KT는 인사를 미루고 검찰수사에 최대한 협조했으며, 최순실 국정농단청문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종범 전 수석 소개로 차은택 씨 측근을 KT임원으로 소개 받고 그를 통해 최순실 씨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KT 광고 일감을 준 것이나, 안종범 전 수석 소개로 KT스포츠 사장을 뽑은 일 등이 확인되면서 최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기업의 관계에서 다른 재벌 대기업들보다 취약한 주인 없는 회사의 피해자로 인식되면서 여파를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었다.

잘못된 언론보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도 한 몫 했다. 국민일보 <“SKT-헬로비전 합병 막아달라” 황창규, 朴대통령과 독대 앞서 민원> 등의 기사에 입장 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것이다.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반대하는 논리를 담은 30~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전경련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KT 임원은 “새노조가 미르재단 11억 출연 시 이사회가 사후 승인한 걸 이유로 황 회장을 고발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 53곳 중 이사회를 열어 기부금을 내기로 결의한 곳은 KT와 포스코가 유일하다. 10억 이상 기부금 지출일 경우 이사회 승인을 거치도록 한 정관 때문인데 사후 승인을 두고 비리로 몰아부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황창규 당시 CEO 후보가 2014년 1월 27일 오전 10시 서울시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가 연임을 위해 정관에 없는 CEO추천위 규정을 악용했다거나 2014년 1월 최초로 KT CEO가 됐을 때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개입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KT 정관에 CEO 추천 시 현 CEO가 연임을 바랄 경우 먼저 단독 심사를 진행한다는 조항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규정은 CEO추천위 운영규정에만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황 회장이 만든 게 아니라 이석채 회장 시절 만들어진 것이어서 황 회장이 연임을 위해 규정을 새로 만들어 악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KT 출신 한 국회 의원은 “반도체 분야에서 ‘황의 법칙’을 만들어낸 황창규 회장은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받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고, 황 회장의 제부 등 가족들은 연임을 포기하라고 막판까지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12월 삼성 출신 황 회장이 KT CEO로 추천됐을 때 청와대 인사로부터 추천 정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B정부 때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에서 함께 근무한 인사는 “눈을 감고 선입관 없이 최종 후보 4명의 면면을 봐라. 경영능력과 미래비전에서 누굴 뽑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통신 분야 전문성은 다른 후보에 비해 뒤떨어지나 미래 가치인 통신과 다른 무엇의 융합을 선도하기엔 적임자였다는 얘기다.

황 회장이 연임되더라도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민간 회사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대선이 끝나면 CEO가 바뀐다’는 공식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장 걱정이 KT에 주인을 찾아주지 못한 점이다. 2조5000억 원 정도면 KT의 주인이 바뀔 수 있는데 쉽지 않으니 공기업화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ICT를 벗어난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에서 혁신 경쟁이 쉽지 않은 KT의 공기업화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경유착을 근절하자는 촛불 민심을 따르겠다는 정치권이 대선 이후 국민기업 CEO 자리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황 회장이 KT CEO추천위에서 CEO후보로 추천되면 그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3월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짓는다. 2002년 민영화된 뒤 이용경·남중수·이석채에 이어 네 번째 KT수장으로서 2014년 1월부터 2020년 주총까지 KT호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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