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입사원 130명이 사내 연수를 시작했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받는 새내기 직원이다. 작년 대형 공기업 중 최초로 전 직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해 재원을 절감한 데 따른 대가다.
LH 금융부채 늘면 임금삭감 강수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효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공공기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채 공룡’, ‘대표 방만 경영 기업’ 등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거대 공기업인 LH가 대표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적이다. 2013년 기준 142조 3000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 부채는 지난해 134조 2000억원으로 줄었다. 2년 새 8조원을 감축한 것이다. 2013년 말 105조 7000억원이었던 금융부채는 작년 말 90조원 수준으로 무려 15조원이 줄었다.
당장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LH는 2014년 6월 노사 합의를 거쳐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 2급 이상 부장급 간부 사원이 총대를 멨다. 2017년까지 3년간 매년 금융부채가 늘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한 명당 연간 급여 147만원을 토해낼 판이었다. 중·고생 학자금 지원, 휴직 급여, 복지 포인트 등도 대폭 축소했다. 퇴직금 평균 1200만원 삭감, 구조조정 시 노조 사전동의 폐지 같은 반발이 많은 과제도 합의를 끌어냈다.
사업 다각화, 판매 역량 강화 등으로 들어오는 돈도 늘렸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등급이 두 계단이나 올라섰다. 1년 전 C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것이다. 지방공항 적자 개선 등을 통해 2014년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고인 1735억원으로 치솟았다. 작년에도 상반기까지 969억원을 달성했다.
방만 경영 요소는 과감히 쳐냈다. 특수목적 중·고 자녀학자금 지원 폐지, 직원 자녀 영어캠프 지원 폐지, 업무 중 사망퇴직자 배우자·자녀 특별채용제도 폐지 등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던 복지 제도를 없앴다. 그 결과, 2010년 직원 1명당(현원 기준) 202만원 꼴이었던 직원 복리 후생비는 2014년 156만원으로 감소했다.
기관장 바뀌면 언제든 재발..상시점검 체제 구축해야
재작년 청렴도 최하위 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던 한전KDN은 임수경 사장 취임 이후 반부패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임 사장은 △금품수수 금지 △인사운영 비리 척결 △예산의 목적 외 사용 원천차단 △계약업무 혁신을 4대 핵심과제로 선정했고 부패행위자에 인사강등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이 결과 한전KDN은 지난해 국민권익위로부터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도 경영 평가 등급이 전년보다 3단계나 수직 상승했다. 2013년 최장 기간 철도 파업과 4조 331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자산 처분·경비 삭감 등 자구 노력을 거쳐 2014년 공사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흑자 1001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체질 개선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방만 경영 실태가 언제든 부활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기관장 교체 시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혜택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 압력에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코레일 사장은 공석이고, 한전도 내년 2월 사장 임기가 끝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를 끝으로 방만 경영 개선 과제 점검을 마쳤지만, 방만 경영은 언제든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만큼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기업 부채도 자산 매각 같은 단기 자구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기능 점검 및 사업 조정을 통해 부채 발생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