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들은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회사에 언제 말할까’를 놓고 고민한다. 내가 대한민국의 장래를 책임질 인구를 한 명 늘리는 애국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자꾸 죄인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렵게 입을 떼도 상사의 “축하한다”는 말끝이 어쩐지 흐리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미생’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해 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셋째를 임신한 여직원을 향한 동료 직원들은 “기껏 교육시켜놓으면 남편에 결혼에 아기에..여자들은 진짜 이기적”이라고 혀를 찬다. 회사에 당장 일할 사람 한 명 줄어드는게 고용주 입장에서 기쁠리 만무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미래의 인재 한 명을 늘려주는건데 그런 얘기는 아무도 안한다. “애낳고 3개월이면 출근할 수 있지?” 이제 막 임신한 직원에게 꽂히는 상사의 한마디다.
육아휴직 후 복귀해도 기분상하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육아휴직’이라는 배려를 해준거라며 승진에서 누락된다. 인사고과도 최하위 점수다. 휴직 전까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피해갈 순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여자가 팀장으로 올라가려면 3가지 중 한가지에 해당돼야 한단다. 결혼을 안했거나 애가 없거나 돌싱이어야한다는 것. 아기 있는 엄마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가정은 거의 내려놔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나는 매달 육아휴직수당 85만원과 양육수당 20만원씩 총 105만원을 손에 쥐었다(육아휴직수당은 통상임금의 40%로 상한 100만원·하한 50만원이다. 휴직기간 중 85%를 받고 복직한 후 나머지 15%를 지급한다). 그 돈을 받은 첫 느낌은 “제도는 잘 갖춰져있구나”였다. 일 안하고 집에서 아기 키우는데 정부에서 이정도 주면 괜찮은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확대한다는 ‘자동육아휴직’ 제도가 효과가 있길 바란다. 출산휴가 신청시에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신청되게끔 만들겠다는 건데 실제 얼마나 시행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의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잔다르크 없이도 마음껏 육아휴직을 쓰는 날이 언젠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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