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효과가 과징금의 5배..이통사 '보조금 규제' 아이러니

  • 등록 2014-12-05 오전 5:11:13

    수정 2014-12-05 오전 5:11:1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4일 ‘아이폰6 대란’의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이통3사에 각각 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위반 관련 매출액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취할 수 있는 법정 최고 금액(8억 원)을 부과했지만, 잠시 규제기관을 피하면 누릴 수 있는 매출 증대 효과(40억 원)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과열을 보였던 시기가 3일(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에 불과하고 △위반 건수도 540여건(아이폰6의 경우 425건)에 지나지 않았으며 △불법 지원금을 주기로 했던 고객의 서류를 찢어 버리고 개통을 철회하는 등의 행위로 위반 관련 매출액을 짚어내기 어렵게 되자, 고육지책으로 법정 최고 과징금 8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8억 원이란 과징금이 아이폰6를 10만 원대에 사기 위해 11월 2일 새벽 줄을 서고도 방통위 조사로 다음 날 개통이 철회된 사람들의 분노를 삭여줄지는 논란이다.

특히 단말기 지원금을 사전에 공시해야 하는 단통법의 특성상, 불법 지원금 지급 시기가 짧아지는 상황 속에서 ‘치고 빠지기’ 식 지원금 경쟁을 효과적으로 잠재울지도 의문이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KT(030200) 김영홍 상무(무선사업담당)는 “3일 사이에 5% 정도 KT 가입자는 빠졌고, 9700명을 뺏겼지만, LG유플러스는 1만 명 이상 가져갔다”며 “KT의 아이폰6 예약가입자는 24만 명이었는데, 실제 개통은 6만 명에서 그쳤다. LG유플의 과열 경쟁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김재홍 상임위원이 “1만 명을 뺏기면 연간 손실이 얼마인가?”라고 묻자, 김 상무는 “1만 명에 가입자당매출 4만 원을 가정하면 월 4억, 연간 매출이 40~50억 원 사이”라고 답했다. 불법 지원금 경쟁으로 8 억 원의 최대 과징금을 받아도, 연간 40억 원 의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김 위원은 “연간 매출이 수십 억원이 손해라면 따라갈 수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방어를 해도 정도를 찾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방통위는 ‘LG유플러스(032640)가 이번 아이폰 대란을 촉발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인식이 같았다.

최성준 위원장은 “조사한 상황을 추가해도 통신 3사에 대해 과징금을 차등해 부과할만 한 상황은 아닌 걸로 판단하겠다”면서도 “다만 여러 판매점을 거느린 대규모 유통망에 대한 관리 및 제재, 판매 장려금의 수준에 대한 관리, 정부 참여 시장 감시단 운영, (제로클럽 등) 중고 단말기 선 보상과 관련된 편법 논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따로 논의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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