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 기자로 시작해 음반사 마케터, 프로모션 팀장, 공연 기획자, 방송국 작가, DJ, 기업 자문위원, 연애 칼럼니스트, 팝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직업과 조직을 경험한 방송인 김태훈은 연신 “여성이 바뀌기에 앞서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표 상담사로 자리매김한 그는 주위의 적지 않은 여성들이 사회생활, 특히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WWEF)에 연사로 나서는 김태훈은 “여성 탓만 하지 말아라. 남성 중심적인 폭력적인 구조가 잘못”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남 탓만 해서도 곤란하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다하며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성 내세워야..현 상황에선 도움”
“일터에서는 남성성을 내보이세요. 아직은 그게 더 유리합니다.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여자들은 대단히 높은 인간관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극소수에 불과하죠. 일반적인 여성에게는 오히려 불리합니다. 남자들은 특정 조직에서 어느 시기가 되면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를 무너뜨리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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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통념에도 칼을 들이댔다. 지난 5000년 동안 이어진 남성 중심의 사회가 교육한 남성적인 사관이라는 것.
그는 “만일 주변에 예쁜데 성공한 여자들이 있다면 예뻐서 성공한 게 아니라 예쁜 것을 견뎌내고 관계의 균형을 유지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스스로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변태적 기업문화..스며들지 말고 깨뜨려야
네트워킹, 쉽게 말해 사회적인 인맥 쌓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에게는 우선 구조적인 본질을 보라고 조언했다.
“여자들이 관계를 맺는데 뛰어났으면 더 뛰어났지 부족한 점은 없다. 다만, 남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고안된 폭력적인 사회가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여성들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본인 한 사람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다양한 포럼들을 통해 여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대해서 변태적인 기업 문화를 깨뜨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구조적인 변화가 쉽게 오지 않는 만큼 현 상황에서는 본인의 가치를 키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쉽게 말해 ‘저 사람이 내 지인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라는 것.
“女 피해자 코스프레는 안 돼”
함께 일하기 싫은 여성은 어떤 타입이냐고 묻자 ‘일 안하는 여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회 구조적으로 여성이 약자라는 것을 이용해 일을 회피하거나 불평만 하는 사람들과는 일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 다양한 경험과 관계속에서 내린 결론이다.
김태훈은 기본적으로 할 일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누군가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회식이나 야근이 아니라 정확히 일의 성과가 되어야 한다”라며 “일부 여성들은 여자에게 불리한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 핑계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본 그에게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거나 여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여성의 장점인 세심함과 공감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뱅커(PB)같은 직업을 예로 들 수 있죠. 세심하게 고객의 자산 상황을 분석하는 동시에 고객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사회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여성들의 능력을 더 중시할 겁니다. 여성에 대한 고민은 어찌보면 시대적 사명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