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중국이 MS·노키아 승인에 뜸들이는 이유

  • 등록 2014-02-26 오전 6:01:01

    수정 2014-02-26 오전 6:01:01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때 휴대전화 공룡업체였던 노키아의 결합이 진행되고 있다. MS가 지난해 9월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54억4000만유로(약 8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후 세계 곳곳에서 합병 관련 승인을 받고 있다. MS의 노키아 인수는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사안으로 통상 여러 국가의 경쟁 당국에서 개별적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MS와 노키아 간 M&A는 작년 11월 노키아 이사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주요 국가 승인을 가볍게 받았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무역위원회(FTC),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양사 합병에 승인 도장을 꽝 찍어줬다.

글로벌 심사 중에서 남은 주요국은 한국과 중국 정도다. 그런데 중국내 기업결합심사는 예상보다 더디다.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심사 기간이 2개월 연장됐다. 중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내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상무부는 지난 19일 2단계 심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MS 동의 아래 심사기한을 60일을 추가해 늘렸다. 통상 기업 간 합병안에 대해 30일 내에 1단계 심사로 끝냈던 중국이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2단계 조사를 결정한 데 이어 기간 연장까지 나선 것이다.

중국 당국이 MS와 노키아의 만남에 극도로 신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공룡의 결합이 화웨이나 샤오미, 레노버, 오포와 같은 자국 휴대전화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팔긴 했지만 3만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00여건이 통신 관련 특허다. 휴대전화 제조 사업을 접은 노키아가 ‘특허괴물’(특허 소송으로 이익을 취하는 업체)로 변신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노키아는 그동안 다른 제조업체들과 크로스라이선싱(특허 보유 업체끼리 상대방 특허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하느라 특허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았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판매가의 2%를 특허료로 받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제조사업에서 손을 뗀 만큼 앞으로 특허권을 더 강력하게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S 역시 윈도는 물론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대해서도 수만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MS는 현재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로부터 대당 5달러의 특허사용료를 받고 있다. MS는 현재 3.7%에 불과한 윈도폰 점유율을 5년 내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보유하고 있는 수만 건의 특허 사용료를 대폭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중국이 이 두 기업의 만남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 휴대전화 업체들도 당국에 합병 승인을 거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휴대전화 강국인 한국도 이동통신 관련 특허 위협에서 비켜가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은 현재 노키아에 판매가의 2%, MS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에 각각 한 대당 5달러와 10달러의 특허료를 내고 있다. 그런데 합병 승인 절차를 보면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신중한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은 상무부 주관 아래 발개위, 공신부 등 여러 부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다. 그렇지만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만의 결정으로 절차가 끝난다. 의견을 취합하긴 하지만 경쟁법적인 상황만 고려할 뿐 산업적인 측면은 배제된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에 노키아와 MS로부터 최소한 현재 수준 이상의 특허료를 받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당당한 요구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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